개헌문제가 연말 대선의 핵심 변수가 될 조짐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엊그제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정ㆍ부통령제를 거론하며 "꼭 필요한 개헌 과제는 대선 공약으로 내걸어 집권 초 곧바로 실현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지난달 17일 정파를 초월한 정치 원로 17명이 5년 단임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지적하며 4년 중임ㆍ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공약을 촉구한 바 있다. 유력 대선 후보 중 가장 먼저 문 후보가 여기에 호응하고 나선 셈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측은 국민적 공감대를 충분히 형성한 후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안철수 무소속 후보 측도 이 문제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러나 두 후보 진영도 내부적으로는 개헌론 흐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한다. 원래 박 후보는 4년 중임제 개헌 찬성 입장이다. 어제는 동교동계 출신인 한광옥 새누리당 국민대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이 대통령 중임제와 정ㆍ부통령제 적극 검토 입장을 밝혔다. 안 후보 측도 개헌이 가장 확실한 정치쇄신 방안이라는 판단이 선다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대선을 코 앞에 두고 헌정의 틀을 바꾸는 개헌을 논의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그러나 5년 단임과 대통령 1인에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된 현행 권력구조를 4년 중임 분권형으로 바꿔야 한다는 데는 국민적 합의가 이뤄진 상황이다. 문제는 실천 의지와 시기이다. 문 후보가 잘 지적했듯이 집권 초 개헌논의를 시작하면 블랙홀처럼 다른 개혁과제들을 빨아들이게 되므로 곤란하고, 집권 후반에는 집권연장의 음모로 비쳐 동력을 얻지 못한다.
그 동안 개헌론이 여러 번 제기됐지만 번번히 무산됐던 것은 그 때문이다. 그래서 개헌을 하겠다면 대선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되면 임기 1년 내에 끝내야 한다. 현직 대통령이 임기 단축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가능한 일이다. 유력 대선 후보 모두가 정치쇄신을 들고 나온 이번 대선이야말로 언젠가 한번 거쳐야 할 개헌을 매듭지을 최선의 환경이다. 이런 절호의 기회를 외면하면서 정치쇄신을 외치는 것은 위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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