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베이징(北京)의 한 택시회사는 시 교통국에게서 황당한 공문을 받았다. 택시 뒷좌석 창문 여닫이 장치를 모두 뽑아내라는 지시였다. 정부에 불만을 품은 세력이 택시를 탄 채 거리에 유인물을 뿌릴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한 조치다. 이 회사 택시 운전사 왕모씨는 환추시보(環球時報)와의 인터뷰에서 "택시 경력 6년 동안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대다수 선량한 승객에게 이것은 정당하지 못한 처사"라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중국의 차세대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제18차 당대회(8일) 개막을 앞두고 민심이반을 우려한 중국 당국이 도를 넘어선 통제 조치를 잇달아 실시해 빈축을 사고 있다.
중국 언론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식칼과 연필 깎는 칼이 최근 상점 매대에서 사라졌고, 완구 가게에는 무인 조종 비행기와 풍선을 판매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장난감 비행기나 풍선에 유인물을 실어 살포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당국의 지나친 기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비둘기를 키우는 사람들은 당대회 기간 동안 비둘기를 새장에 가둬야 하고, 31년간 계속돼온 마라톤 대회도 일방적으로 연기됐다. 베이징 시내 오성급 호텔 피트니스 클럽의 러닝머신에서는 CNN방송 등 외국방송을 볼 수 없고, 국영채널만 시청이 가능하다. 버스에 사복 공안이 탑승해 승객들을 감시한다는 것도 사실로 확인됐다. 심지어 당국이 불순한 문구가 새겨져 있을까 우려해 탁구공을 일일이 감시한다는 얘기까지 나돈다.
시민들은 일상활동까지 제한하는 이런 당국의 조치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한 시민은 AP통신 인터뷰에서 "식칼을 사러 신분증까지 들고 갔는데 못 샀다"며 "낡은 칼을 갈아서 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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