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성능의 국산 차세대전차가 개발됐다는 발표와 함께 시제품 XK2 '흑표'가 화려하게 선 보인 게 5년도 훨씬 전이다. 1950년대 개발된 기본형을 70년대에 개조한 1~2세대급 M48 계열 구형전차 800대를 여전히 운용하는 현실에서, 최첨단 3.5세대급으로 인정받는 K2 전차의 자체개발은 대대적인 주목을 받았다. 구형전차들을 대체함으로써 지상전력을 크게 강화하게 된 것과 함께, 미국기술 도입에 따른 제약 없이 자유로운 해외수출도 기대됐다.
계획대로라면 이미 올해부터 실전 배치됐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으로선 2014년 말 전력화도 불투명하다. 엔진과 변속기를 조합한 핵심부품 파워팩의 국내개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방위사업청이 독일산 파워팩으로 대체키로 한 뒤에는 국산개발업체들의 반발로 이전투구 양상까지 빚어지고, 이번엔 구매선 변경 시 규정절차를 어겼다는 이유로 감사원이 관련 장성을 고발키로 하는 등 갈수록 상황이 꼬여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개발비 전용, 핵심프로그램 무단변경, 무리한 평가, 독일산 장비결함 축소 등 온갖 설이 난무하고, 정치권조차 방사청과 개발업체 주장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렇다면 원칙대로 가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긴 말 필요 없이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른 원인은 자명하다. 한 마디로 국산 파워팩 개발업체들이 요구 수준을 약속한 기한 내에 충족시키지 못한 때문이다. 더 이상은 전력화를 미룰 수 없는 만큼 당초 계획대로 우선 해외구매를 통해 전차생산을 서두르되, 국산개발 추이를 보아 이후 2차 도입선을 결정하는 것이 옳다.
그 동안 투입된 개발비에다 독일산이 좀더 비싸다는 점 때문에 예산낭비 주장도 나오지만, K2 전차 전체 개발이 지연되면서 다른 애꿎은 관련중소업체 1,000여 곳이 당장 도산위기에 빠져있는 등 반대편 사정도 가볍게 볼 건 아니다. 무엇보다 군 장비의 적기 공급은 국가안보와 직결되고, 장비 결함은 그대로 장병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다. 무기확보에서 이보다 더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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