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밍고 파우스티노 사르미엔또 지음ㆍ조구호 옮김
아카넷 발행ㆍ460쪽ㆍ2만8,000원
아르헨티나 근대문학의 선구자이자 초대 대통령을 지낸 작가, 도밍고 파우스티노 사르미엔또(1811~1888)의 대표작이다. 한국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라틴아메리카 근현대사의 뿌리를 이해하는 데 필독 고전으로 꼽힌다. 아르헨티나가 1810년 에스파냐에서 독립한 이후 벌어진 사회적 정치적 갈등의 양상과 그 근원을 후안 파꾼도 끼로가(1788~1835)라는 한 인물의 독특한 삶을 중심으로 집요하게 파헤친 책이다
독립 후 아르헨티나는 지방의 평원을 기반으로 활동하던 까우디요(지방호족)들 중심의 연방주의 세력과,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중앙집권주의 세력이 충돌하면서 내전을 겪었다. 파꾼도는 중앙 권력이 미치지 않는 지역에서 실질적인 통치자로 군림하며 전횡과 폭정을 일삼던 까우디요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저자는 당시 아르헨티나의 현실을 문명과 야만의 대립으로 파악하는데, 파꾼도는 야만의 상징이다. 책은 3부로 돼 있다. 야만의 뿌리를 밝히기 위해 아르헨티나의 자연 환경과 문화를 고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2부는 파꾼도의 전기로, 그의 삶에서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라틴 아메리카의 후진성의 근원을 찾아낸다. 마지막으로 파꾼도가 암살당한 뒤 등장한 후안 마누엘 데 로사스의 독재 체제에 대한 비판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썼다.
처음부터 끝까지 저자의 관심은 단 하나, 어떻게 하면 조국이 야만적인 후진성을 벗어나 근대적 문명 국가가 될 수 있느냐이다. 그는 1868년 대통령이 된 뒤 자신이 꿈꾼 이상을 의욕적으로 펼침으로써 아르헨티나 근대화의 초석을 다졌다.
그의 삶은 조국을 위한 투쟁의 연속이었다. 내전 시기 파꾼도 군대와 싸우다가 밀려 1831년 칠레로 망명했다. 내전이 끝나 5년 만에 돌아온 조국은 파꾼도보다 더 끔찍한 독재자 로사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1840년 다시 칠레로 망명했고, 이 두 번째 망명기에 이 책을 썼다. 펜은 그에게 무기였다. 문학의 기품을 당당하게 갖춘 정열적인 책이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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