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학습지 교사들인 재능교육 노조원들이 천막농성 1,778일 만에 부분적이나마 노동자로 인정을 받았다. 회사측에 맞서 5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노숙 농성을 해온 이들에게는 적잖은 희망과 위로를 주는 판결이다. 서울행정법원은 그제 재능교육 해고 학습지 교사들이 낸 소송에서 "학습지 교사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노동조합법상 노동자로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부당해고 여부는 판단할 수 없지만 노조 활동은 허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학습지 교사들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일하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볼 수는 없지만, 회사로부터 지휘ㆍ감독을 받아왔기 때문에 대등한 위치에서 노동조건을 협상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헌법의 취지에 부합된다"고 밝혔다. 이는 "학습지 교사는 노동자가 아니며 학습지 노조는 노조법상 노동조합이 아니다"는 취지의 2005년 대법원 판결에서 진일보한 것이다. 노조법으로 보호하는 노동자의 개념을 종래보다 넓게 해석한 것으로 학습지 교사를 포함한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권익 보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학습지 교사는 10만 명이며, 보험모집인과 퀵서비스 종사자 등을 포함한 특수고용 노동자는 2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근로형태가 다소 다르다는 이유로 임금이나 보수, 고용의 안정성 등에서 일반 노동자보다 열악하다. 그 만큼 더 폭넓은 보호를 받아야 할 처지다. 상급심 판단이 남아있지만 학습지 교사들의 노조 결성과 단체교섭권을 법적으로 인정받게 된 것만으로도 의미는 크다.
이번 판결이 상급심에서 확정된다 하더라도 단결권과 교섭권만 부여하고 고용, 임금 등 노동자로서의 기본적인 보장 장치는 예외로 하는 것은 이들의 지위에 모호성만 더하게 된다. 법조계에선 "근로기준법상 노동자 개념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보지만 법 개정이 없는 이상 현행법을 넘어선 판결을 내리긴 어렵다"는 입장이 적지 않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에게 헌법상 노동3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근로기준법과 노조법을 개정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