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개막하는 2012~13 프로배구 V리그를 앞두고 남자부 사령탑들은 LIG 손해보험을 우승 후보로 지목했다. 올해 컵대회 우승까지 차지한 LIG는 그야말로'대세'였다. 하지만 김호철 러시앤캐시 드림식스 감독이 LIG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현대캐피탈이 LIG에 유독 강하기 때문에 현대캐피탈을 우승 후보로 꼽겠다"는 김 감독의 발언에 LIG의 주포 김요한(27)은 "솔직히 기분이 상했다. 이번 시즌에는 현대캐피탈에게 절대 지지 않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창단 후 첫 우승을 이끌 LIG의 좌우 쌍포인 까메호(26ㆍ쿠바)와 김요한을 1일 수원 LIG 인재니움의 훈련장에서 만났다. 막강한 화력을 앞세워 우승은 물론이고 '현대캐피탈 징크스' 얘기도 더 이상 나오지 않게 만들겠다는 비장한 각오가 엿보였다.
최고 연봉자와 최고 용병의 만남
프로 데뷔 후 6시즌째를 맡는 라이트 김요한은 3억500만원을 찍으며 올 시즌 최고 연봉자가 됐다. 까메호는 V리그에 입성한 용병 중 역대 최고로 주목 받고 있다. '최고'와 '최고'의 만남이다. 2m 김요한과 206㎝의 까메호가 내리꽂을 고공강타는 LIG의 최대 무기가 될 전망이다. 김요한은 "신체적 조건과 배구 센스는 지금껏 본 용병 중 최고다. 주위 평가뿐 아니라 실전에서도 '가빈급' 활약을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평가했다. 까메호는 "파워가 빼어나고 우승하는데 주축 역할을 해줄 선수"라고 김요한을 치켜세웠다.
서로에 대한 신뢰뿐 아니라 열정도 대단했다. 까메호는 "지난 3개월간 V리그를 위해 몸을 만들어왔다. 어깨 상태도 완벽하다. 팬들이 염원하는 우승컵을 들어올리겠다"고 자신했다. 우승 키워드로 '의지'를 꼽은 김요한은 "LIG에 입단한 뒤 처음으로 팀이 '하나'가 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기려는 의지를 갖고 한 마음 한 뜻으로 하다 보니 수원컵도 우승했다"며 "리그에서도 단합된 모습으로 V리그 첫 우승이라는 새 역사를 쓰겠다"고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경기력보다 '이기는 게 중요'
LIG는 지난 시즌 최하위로 '굴욕'을 당했다. 성적이 좋지 않다 보니 김요한의 향상된 기량도 묻힐 수밖에 없었다. 김요한은 "지난 시즌에 수원컵 때보다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적이 많았다. 하지만 경기에서 지다 보니 부각되지 않았다"며 "수원컵을 통해 프로에서는 '이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올 시즌은 '이기는 배구'에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까메호는 '이기는 배구'에 익숙하다. 세터 출신인 그는 쿠바 대표팀에서 세계 대회 정상에 오른 경험이 있다. 그는 "주위에서 기대가 많은데 그렇다고 해서 부담감은 전혀 없다. 첫 경기를 통해서 앞으로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라는 것을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배구를 동영상으로 보면서 대충하면 절대로 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00% 기량으로 100% 믿음을 줄 수 있는 배구를 하겠다"며 덧붙였다.
부상이 최대의 적
LIG 우승 여정의 최대 복병은 '부상'이다. LIG는 지난 시즌 초반에 고공행진을 달리다가 이경수와 페피치가 부상으로 잇따라 이탈하면서 순위싸움에서 밀렸다. 아픈 기억이 있다 보니 김요한과 까메호는 서로의 몸부터 챙겼다. 김요한은 "까메호와 함께 LIG의 첫 우승을 이루고 싶다. '아프지 마라'라는 부탁을 하고 싶다"고 애정 가득한 말을 던졌다. 그러자 까메호도 "다치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라고 답했다.
까메호는 2007년부터 세터에서 레프트로 변신했다. 기본기가 빼어나다 보니 레프트 적응기도 짧았다. 이경석 LIG 감독은 "역대 용병 중 리시브가 가장 뛰어나다. 이경수보다 리시브가 좋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며 까메호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까메호의 가세로 공격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전력이 향상됐기 때문에 이 감독도 우승 욕심을 나타냈다. 그는 "이제 이경석 배구에 50~60% 정도 올라왔다. 원래는 올 시즌을 실험하는 단계로 보고 다음 시즌에 승부수를 걸려고 했다. 하지만 까메호가 들어왔기 때문에 초반에만 잘 풀어간다면 팬들이 기대하는 우승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달라진 LIG의 모습은 6일 디펜딩 챔피언 삼성화재와의 경기에서 확인 할 수 있을 전망이다.
수원=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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