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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철, 불안의 언어와 결별하고 나를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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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철, 불안의 언어와 결별하고 나를 돌아보다

입력
2012.11.0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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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자서전을 쓴다. (…) 소설은 우리 모두의 자서전이다.'

소설집 말미에 쓰인 작가의 말은 이 책을 집약하고 있다. 우리 시대 가장 지적인 소설가 중 하나인 최수철은 신경이 뇌에 전달되기 이전의 순수 감각을 예민하고 섬세하게 포착한 소설을 발표해왔다. 이렇게 재발견된 세계가 흥미롭게 펼쳐진 최씨의 소설은 '한국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이란 극찬의 한편으로, 난해한 이야기, 읽히지 않는 소설이란 엇갈린 반응을 얻어왔다. 이번 신간은 최수철 소설의 변화를 보여주는데, 방법론은 앞서 작가가 고백한 바와 같이 자전적 형식이다. 단편 '페스트에 걸린 남자'는 바로 그 전형으로 이 이야기 속 소설가는 2005년 장편소설 를 출간한 작가 최수철과 나란히 겹친다. 소설 속 '그'는 장편소설를 쓴 소설가이고, 대학에 근무하고 있으며, 2000년 즈음부터 집필을 시작해 5년쯤 후 출간했고, 선배 소설가의 보길도 작업실에서 작업한 바 있다. 이런 세부적 사실은 작가 최수철의 자전적 경험과 정확히 맞물리는데,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페스트'를 앓았으며, 그것은 중세 흑사병이 아니라 마음의 병, 죽음충동이었다고 고백한다.

이 내면적 고백을 발표한 2010년 전후로 서사의 축을 갖춘 단편소설들을 발표한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서 본격적인 이야기를 펼친다. 네 명의 등장인물을 통해 기억과 망각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단편 '망각의 대가들', 타인의 고통이란 주제를 다룬 단편 '피노키오들', 소설 쓰기에 대한 소설인 단편 '복화술사의 사랑'은 뚜렷한 서사라인을 갖고 있다. 최수철은 소설집 속 6편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 자신의 고민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낸다. 평론가 김형중은 "이 소설집을 통해 우리는 최수철이 얼마만 한 의지로 대타자의 언어와 결별하려 했는지, 그 무모한 노력들이 가져다 준 거대한 긴장을 이겨내지 못해 얼마나 오랜 시간 페스트를 앓았으며, 그렇게 죽도록 앓고 난 뒤 어떤 방식으로 삶과 죽음, 기억과 망상, 복화술적 언어와 심장의 언어라는 모순적인 것들의 통합 능력을 발견하게 됐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고 평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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