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으로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이었던 존엄사에 대해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2일 제도화 적극 추진 결정을 내렸지만 입법화까지는 치열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009년 5월 대법원이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인공호흡기에 의존한 채 장기간 식물상태를 유지해 온 김모(당시 77세) 할머니의 가족들이 치료중단을 요구해 온 사안에 대해 "호흡기를 제거하라"는 결정을 내리면서 이 문제는 공론화됐다. 당시 신상진 한나라당 의원이 존엄사법을 발의했고 2010년 7월에는 종교계, 의료계, 법조계, 국회인사 18명으로 구성된 '사회적 협의체'가 7차례의 논의 끝에 이와 관한 의견을 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논의는 보류됐다.
앞으로 존엄사 제도화를 위한 쟁점들은 2010년 사회적 협의체가 내놓은 의견이 준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사회적 협의체는 "말기환자 본인이 사전에 의사를 명확히 밝혔을 경우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장치에 한해 거부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심폐소생술, 인공호흡장치 중단 등 '특수연명치료'를 제외한 수분이나 산소 공급, 영양 공급 등의 중단에 대해서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환자 본인이 아닌 보호자가 주장하는 환자의 동의의사 이른바 추정동의 의사의 인정여부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쟁점이 워낙 복잡하고 이견이 많아 격렬한 사회적 논쟁이 예상되고 있다.
가장 논쟁이 클 내용은 환자의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다. 사회적 협의체는 "말기 환자가 연명치료를 중단할 것인지 말 것인지 사전에 의료의향서를 작성한 경우를 원칙으로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환자 대다수가 의식불명인 상태일 가능성이 높아 이 원칙을 적용하기 쉽지 않다. 김 할머니의 사례에서 대법원은 "의식불명의 환자에 대해서는 평소 가족이나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 타인에 대한 치료를 보고 환자가 보인 반응, 환자의 종교와 나이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하도록 했다. 그러나 병원비 부담 등을 이유로 제3자인 가족들이 환자의 의사를 왜곡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답을 내놓지 못했다. 당시에도 대법관 일부는 "환자의 '가정적(假定的)의사'는 연명치료 중단허용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결정적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대한의학회의 지침은 "환자의 명시적 의사를 중시"한다면서도 이것이 불가능할 경우 "화자의 추정적 의사, 또는 최선의 이익을 고려해 병원윤리위원회에서 판단한다"고 돼있다.
중단할 수 있는 연명치료의 범위도 쟁점이다. 김 할머니의 경우 대법원은 인공호흡기 사용중단을 허용했지만, 이는 김 할머니 사례에 대한 판례일 뿐이다. 사회적 합의체는 심폐 소생술, 인공호흡기 등을 '특수연명치료'로 규정하고 이에 한해서만 중단할 수 있도록 했지만 구체적인 항목은 의료기술의 발달과 환자상태를 감안해 정하도록 했다. 수액이나 물 공급까지 무의미한 연명치료에 포함시킬지는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환자에 따라서는 무의미한 연명치료일 수도 있지만, '굶어서 죽게 할 수는 없다"는 반론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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