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법 - 文 "서둘러 붙어보자" 돌직구… 安 "거부는 아닌데…" 변화구
▲키워드 - 文, 책임정치 '정당'을 강조… 安, 고비 때마다 '국민' 언급
▲태도 - 줄곧 先제안 '인파이터'… 安, 일정거리 유지 '아웃복서'
▲선호 방식 - 文, 모바일 경선 등 혼합 선호… 安 "여론조사가 유리" 판단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야권 후보 단일화 문제에서 수시로 사용하는 키워드는 '정당'이다. 그는 단일화 논의 출발점부터 줄곧 "후보 단일화는 정당 기반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정당책임정치를 역설해 왔다. 문 후보 측이 제기한'무소속 대통령 불가론'도 정당책임정치의 연장이다. 최근 '국회의원 정수 축소'를 골자로 한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정치 혁신안을 "정치 축소"라고 정면 비판한 것도 '정당'에 대한 강조가 깔려 있다. 문 후보가 내세우는 정치 혁신안의 핵심도 '정당정치의 복원 및 강화'이다.
기존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으로 안 후보가 등장했지만, 유권자들이 국정 운영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결국 무소속 후보보다는 정당 후보를 택할 것이란 기대가 깔린 것이다.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10년을 운영한 국정 경험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러나 기존 정당 행태에 대한 반성이 부족하거나 정당 혁신에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는 것이 약점이다.
단일화 문제에서 문 후보가 안 후보 측에 줄곧 선제 제안을 하는 등 '인파이터' 모습을 보인 것도 두드러진 특징이다. 문 후보가 '공동정부론'을 제안한 게 이미 지난 5월이었다. 대선전이 본격화한 후 경제민주화 책임자 회의, 단일화 TV 토론 등 각종 제안을 잇따라 던졌고 최근에는 단일화 협상도 먼저 제의했다. '구애'에 가까웠던 이런 제안이 갈수록 공세적으로 변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이는 문 후보가 주도권을 쥐고 안 후보를 자신의 프레임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시도로 분석된다.
문 후보가 구사하는 어법도 공개적인 '돌직구' 화법이다. 안 후보가 단일화를 일절 언급하지 않던 상황에서도 문 후보는 직설적으로 "후보 단일화는 반드시 될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여기엔 단일화 방식을 둘러싼 신경전이 작용하는 측면도 있다. 문 후보 측은 여론조사, 모바일 경선, 패널 조사, 현장 경선 등을 혼합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이를 위해선 최대한 빨리 안 후보를 무대로 끌어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인영 공동 선대위원장은 1일 "모바일 경선이 사람들의 참여를 획기적으로 증대시킬 수 있고 변화의 에너지를 폭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론조사보다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단일화 승리를 자신하는 것도 문 후보의 특징이다. 문 후보가 각종 연설에서 즐겨 사용한 문구가 "출마를 결심한 뒤부터 단 한 순간도 패배를 생각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는 안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컸던 상황에서 안 후보로 쏠리는 당내 의원들과 지지층의 이반을 막기 위해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강조한 것이란 분석이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민주통합당의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 제안에 대해 '아웃복서'처럼 대처하고 있다. 일정하게 거리를 유지하면서 유효 타격을 노리는 권투선수처럼 움직인다는 것이다.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 놓으면서도 단일화 협상 문제에 대해 명쾌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안 후보는 대신 국민들의 정서에 접근하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지지율을 관리하고 있다. 단일화 울타리에 갇히지 않은 채 문 후보에 비해 높은 지지율을 유지해 단일화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의 키워드는 '국민'이다. 기자들이 단일화 여부를 물을 때마다 안 후보는 국민을 거론하면서 즉답을 피했다. 안 후보는 9월 19일 대선 출마 선언 당시 단일화 문제에 대해"정치 쇄신에 대한 국민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의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은 1일 광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만으로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이길 수 없다"며 단일화 프레임과 거리를 뒀다.
여기엔 안 후보가 '단일화 무대'에 올라가는 시기를 미루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시간이 촉박할수록 안 후보 측이 유리하다고 보는 여론조사로 단일 후보를 결정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안 후보는 단일화에 대해 다소 모호한 '변화구 화법'을 쓰고 있다. 안 후보는 지난달 29일 "단일화를 안 하겠다는 건 아니다"며 굳이 이중부정 화법을 씀으로써 "단일화를 하겠다"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을 피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정권교체를 이루겠다" "새누리당 정권 연장에 반대한다" 등의 언급을 통해 항상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단일화 이슈와 거리를 두면서도, 단일화를 기대하는 야권 지지층의 마음을 붙잡아 두려는 생각인 것 같다.
안 후보는 "끝까지 가야죠"(10월 19일) "앞으로 50일 간 위대한 변화의 미래를 보여드리겠다"(10월 30일) 등의 발언으로 대선 완주 의지를 수차례 강조했다. 캠프 관계자들은 "단일화를 거부한다는 뜻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안 후보의 언급은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의 본격적인 단일화 경쟁을 앞두고, 자신감을 과시하고 주도권을 잡기 위한 수사라는 것이다. 결국 안 후보의 NCND(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음) 태도는 '이기는 단일화'를 위해 치밀하게 계산된 것이란 분석이 있다. '전략적 모호성'전략은 지금까지 비교적 성공적이란 평가가 많다. 하지만 앞으로 문 후보와 정면 대결할 상황을 맞았을 때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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