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수배 중이던 비리사건 피의자가 해외로 도피했다가 우리 국적기를 타고 버젓이 입국해 또다시 종적을 감춘 일이 벌어졌다. 수사당국의 어이없는 실수 때문이다.
1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프라임그룹 비자금 의혹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백종안(57) 프라임서킷 전 대표가 지난달 28일 오후 입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 전 대표는 캄보디아를 거쳐 지난달 캐나다로 갔다가 교통법규를 위반해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백 전 대표가 지명수배자라는 사실이 드러났고 우리 경찰은 현지 주재관을 통해 캐나다 정부에 백 전 대표를 한국으로 추방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캐나다 이민국은 대한항공 KE074편으로 백 전 대표를 귀국 조치했고 우리 주재관도 지난 25일 경찰청 외사국에 백 전 대표가 탑승할 예정인 항공편과 도착 예정 시간을 보고했다.
황당한 실수는 경찰청이 공문으로 인천공항경찰대에 백 전 대표에 대한 검거 지시를 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경찰청이 백 전 대표의 한글과 영문 이름, 생년월일 등 신원을 인천공항경찰대에 전하면서 여권의 영문이름을 잘못 표기한 것이다.
경찰청 외사국 관계자는 "백 전 대표의 영문표기상 성씨는 'PAEK'인데 'BAEK'로 잘못 적어 보냈다"며 "공문 작성과정에서 오타가 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탓에 인천공항경찰대는 대한항공 측에 탑승자 확인 요청을 했지만, "그런 탑승자는 없다"는 답을 들었다.
검찰 역시 법무부에서 백 전 대표의 입국 사실을 통보 받고도 손을 놓고 있었다. 법무부 출입국심사과 관계자는 "백 전 대표는 검찰의 요청에 따른 입국 시 통보 대상자였기 때문에 입국심사를 한 뒤 전산망을 통해 검찰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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