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사퇴 문제로 딜레마에 빠졌다.문 후보가 1일 이날 지도부 퇴진 문제에 대해 "저한테 맡겨 주고 시간을 좀 줬으면 좋겠다"고 말해 이 문제로 깊이 고민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두 사람의 퇴진 여부가 자신의 정치 쇄신 의지를 가늠하는 척도로 부각된 상황이지만, 정치 입문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두 사람을 뚜렷한 귀책 사유도 없이 내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문 후보는 이날 강원 고성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 대표와 박 원내대표 두 분은 일단 선거대책위에 참여하지 않았고 최고위원회의 권한은 전부 후보인 저에게 위임됐다"며 "이 대표는 선거운동 지원을 위해 세종시를 중심으로 상주하다시피 하겠다는 말을 했고, 박 원내대표도 전남 등 호남에서 역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현재 선대위에서 활동하지 않고 있고, 사실상 2선 후퇴를 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문 후보가 당내 여론에 마냥 떠밀려 퇴진까지 요구할 경우 이들을 '부관참시'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염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6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뤄진 '이해찬-박지원 연대'가 담합 논란을 불러왔듯이 문 후보가 민주당에 안착하는 과정에서 이들로부터 어느 정도 도움을 받은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정치권에서 "문 후보 본인 손으로 이들을 내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이날 "민주당이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과 소통하고 동행할 수 있는 열린 정당구조로 바뀌는 게 쇄신의 본질"이라고 강조했으나, 당내 비주류 인사들과 상당수 국민들이 바라는 인적 쇄신을 마냥 거부하기도 어렵다. 문 후보가 이 문제에서 계속 미적거릴 경우 쇄신 의지가 약한 것으로 비쳐져 단일화 국면에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따라서 문 후보 캠프의 '새로운정치위원회'가 문 후보의 고민을 읽고 지도부 총사퇴를 주문하는 행동에 나섰다는 분석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당사자인 이 대표와 박 원내대표는 이날 사퇴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모든 힘을 다 합쳐야 하기 때문에 누구에게 무엇을 탓하고 그럴 상황이 아니다"며 "마지막 한 점까지 다 바친다는 마음으로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책임을 다해 달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도 이날 "지금은 내분의 모습을 보일 때가 아니다"라며 "모든 것은 후보가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문 후보의 당선을 위해서 내일부터 지방 순회 일정을 마련하고 지원 활동에 나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계속 버틸 경우 문 후보에게 적지 않은 부담을 주기 때문에 이들이 조만간 사퇴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