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와 명예, 권력을 한 방에 움켜쥐는'인생역전'을 위해 지난 총선에 출마했던 50대 엘리트 변호사가 선거참패 이후 선거법위반 등으로 기소돼 첫 재판이 열리는 지난달 31일 오전 투신자살했다. '국회의원 당선'으로 자신 앞에 닥친 막다른 골목에서 벗어나려던 계획이 비극으로 막을 내렸다.
대구 수성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전 8시37분 대구 수성구 범어동 한 아파트 입구에 A(52)변호사가 숨져 있는 것을 경비원이 발견했다. 그는 이날 자신이 살던 아파트 20층에서 투신했으며,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A씨는 대구의 최고 명문인 K고와 S대 법대를 나온 지역의 주류 엘리트 변호사였다. 그는 다른 변호사 3명과 함께 '대구의 강남'수성구 대구지방법원 부근에서 10여 년 간 법무법인 파트너로 활동하며 지역 법률전문가로 명성을 쌓았다. 그가 주로 담당했던 분야는 경제관련 송사였고, 다양한 지역 중소기업인들과 가까이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새로운 사업 투자에 눈을 뜨게 됐다. 그는 점차 본업에서 벗어나 문화예술공연사업과 중국진출을 염두에 둔 칼국수프랜차이즈 사업 등에 대한 투자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생각만큼 사업은 쉽지 않았다. 빚을 내 시작한 사업은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갔고, 결과는 한마디로 참담했다. 여기에 아내마저 난치병에 걸려 수년간 병원신세를 지게 되자 A씨는 심한 조울증에 시달려야 했다. 특히 동료 변호사들과의 관계도 껄끄러워지면서 A씨는 마음 고생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A씨의 한 동료 변호사는 "그가 지난 총선에 출마하게 된 계기는 이 같이 복잡한 개인 사정을 한 방에 극복해보겠다는 오기가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궁지에 몰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자구책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총선 무소속으로 출마한 A씨는 당시 유세현장에서 "대구의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외지로 떠나는 안타까운 현실을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어 필사즉생의 심정으로 지역의 대변인 역할을 하기 위해 나섰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그에게 또 한 번 치명타를 안겼다. 그는 새누리당 이한구, 민주통합당 김부겸 후보 등 5명과 맞붙은 결과, 유효투표수 11만4,813표 중 1,349표(1.17%)밖에 얻지 못했다.
출마 이전 10억원이 넘는 부채를 안고 있던 A씨는 선거비용을 법정 선거비용(2억100여만원)보다 적은 1억7,000여만원을 신고했으나 한 푼도 보전 받지 못했다. 게다가 허위사실공표와 회계처리 부실 등의 혐의(정치자금법위반 등)로 지난 9월20일 불구속기소돼 이날 재판을 받아야 하는 곤혹한 입장이었다.
지난해 집값과 맞먹는 금융권 대출을 안고 새로 구입한 아파트는 물론 원래 살던 아파트마저 지난 7월부터 차례로 경매에 넘어갔다. 매달 수백만원의 이자를 못 갚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용카드대금마저 연체해 카드사에서도 압류가 들어오면서 A씨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던 것이다. 지인들은 "이런 저런 일로 어려움에 처하게 되면서 국회의원 당선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으려고 했으나 그것이 오히려 더 큰 비극을 낳았다"며 안타까워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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