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육군의 차기 주력 전차인 K2전차(일명 흑표) 개발사업 책임을 맡은 군 장성을 형사 고발할 방침인 것으로 1일 알려졌다.
K2전차의 핵심 부품인 파워팩(엔진+변속기) 개발을 지난 10년 동안 국내업체에 맡겼다가 올해 독일산 파워팩을 수입하기로 변경한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종 결정권자인 국방부와 사업주체인 방위사업청이 반발하고 있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조만간 K2전차 사업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가 발표될 것"이라며 "국산으로 개발하려던 파워팩을 수입산으로 조달하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뭔가 큰 잘못이 드러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국산보다 독일산 파워팩이 K2전차에 적합하다고 군 지휘부에 보고한 A준장을 검찰에 고발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 같다"며 "감사원이 징계나 시정 요구에 그치지 않고 이례적으로 고발까지 검토하는 것은 사안이 매우 중대하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국방부는 지난 4월 김관진 장관 주재로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고 K2전차 1차 생산량 100대에 독일산 파워팩을 장착하기로 결정했다. 국산 파워팩의 경우 최대출력에서 냉각속도가 기준치에 미달하는 등 일부 성능이 요구 조건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일산 파워팩도 시험평가 과정에서 엔진 시동 불량, 연료분사장치 고장 등 11건의 중대한 결함이 발견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따라서 국방부의 결정에 앞서 국산과 독일산 파워팩의 성능을 면밀하게 비교ㆍ검증해야 하는데도 A준장은 독일산 파워팩의 결함을 축소한 채 독일 제품이 우수하다는 보고서를 상부에 올렸다는 의혹을 받았다. 감사원은 'A준장-방위사업청-국방부'로 연결되는 의사결정 과정의 문제점을 집중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군 당국은 강경 대응 입장을 밝혔다. 군 관계자는 "감사가 진행 중인 사안인 만큼 일단 결과를 지켜보겠다"면서도 "감사원이 만약 고발 조치를 한다면 우리도 재심을 청구해 적극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K2전차는 화력과 방어력, 기동력이 뛰어나 기존 K1전차, K1A1전차를 대체할 미래형 지상전력으로 꼽힌다. 군 당국은 2003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총 1,300억원을 투입했다. 당초 올해부터 양산할 계획이었지만 파워팩 문제가 불거져 전력화 시기가 2014년 이후로 늦춰졌다. 독일산 파워팩은 대당 16억원으로 국산(11억원) 보다 5억원이 비싸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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