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역을 개조해 명물이 된 프랑스 오르세미술관의 내부 인테리어 디자인을 맡았던 이탈리아의 여성 건축가 가에 아울렌티가 향년 84세로 별세했다.
아울렌티의 가족들은 그녀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지병으로 숨을 거뒀다고 1일 밝혔다.
아울렌티는 전통적으로 남성의 영역이라고 여겨졌던 건축계에서 여성의 영역을 넓힌 선구적 건축가다. 밀라노 공과대에서 건축을 전공한 후 1950년대부터 건축잡지 카사벨라 콩티누이타의 편집장으로 일하면서 건축계에 발을 들여놨다. 1980년 오르세 미술관 인테리어 디자인 설계 경기에서 우승하면서 건축가로서 명성을 얻었다. 이후 프랑스 퐁피두센터, 이탈리아의 팔라조 그라시와 스쿠데리에 델 퀴리날레 등 유명 미술관 작업을 통해 자신의 건축 철학을 세계에 선보였다.
아울렌티는 건축뿐 아니라 산업디자인 영역에서도 업적을 쌓았다. 그녀가 디자인한 피피스트렐로 조명은 디자인의 고전으로 남아있다. 아울렌티는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이탈리아인 특유의 장인정신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울렌티는 여성운동이 발흥한 1960년대에 여성 건축가로 활발히 활동하며 후대 여성들의 롤모델이 되기도 했다. 그녀는 지난해 한 이탈리아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건축은 남성의 직업이었지만 나는 그것을 의식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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