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는 아파트가 65평인데 부엌은 작은 데다가 테라스만 넓어요. 구조가 이렇다 보니 입주율이 절반 밖에 되지 않습니다."(은평 뉴타운 주민)
박원순 서울 시장이 미분양과 교통난, 편의시설 부족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은평 뉴타운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1일 오후 은평뉴타운 내 65평 규모의 복층으로 구성된 한 미분양 아파트에 입주했다.
회의용 탁자와 침대 등 간소한 가구만 배치된'현장 시장실'을 둘러본 박 시장은 이날 같은 단지에 사는'이웃' 권오용(76)씨와 만나 은평 뉴타운에 대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9억 6,000만원을 내고 입주한 아파트 가격이 지금은 8억원에 불과하다"는 권씨의 말에 박 시장은 사뭇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박 시장은 "9일까지 이곳에서 상주하면서 산책도 하고 동네도 둘러보고 시장 집무도 보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파악해 보겠다"고 권씨를 위로했다. 박 시장은 이어 경로당을 찾아 그곳에 모인'어른신들'과 동네 돌아가는 얘기를 나눴다. 그들은 박 시장에게 단지 내 정자와 운동시설을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2009년 입주가 시작된 은평 뉴타운은 현재 미분양 가구수가 640 가구에 달하고 분양 당시 서울시와 SH공사가 서울지하철 3호선 구파발 역 앞 부지에 건설하기로 약속한 복합 편의시설인'알파로스'사업도 경기침체 여파로 사업 진행이 늦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1일 은평 뉴타운 곳곳에는'교통대란 해결하라','중심상가 약속 이행하라'는 문구의 현수막이 곳곳에 나붙어 있었다.
이런 가운데 박 시장은 9일까지 현장 시장실에서 간부 회의를 열고 3차례 은평 뉴타운에 대한 보고를 받을 계획이다. 2일 새벽에는 아침운동을 하며 주민들과 인사를 나눈 뒤 오전에는 SH공사로부터 미분양 아파트 해결 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을 계획이다. 5일과 6일에는 뉴타운 정책 및 은평 한옥 마을에 대한 정책 논의도 진행한다.
은평뉴타운 주민들은 이 같은 박 시장의 행보에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은평뉴타운 상림마을에 거주하는 주부 박모(39)씨는"편의시설이 부족해 입주 2년이 지났지만 원래 살던 고양시에 가서 장을 보고 있다"며 "박 시장이 현안을 파악하게 되면 아무래도 빨리 문제가 풀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 시장실 운영이 보여주기식 행정을 넘어 해법 마련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입주 당시 주민에게 약속한 편의시설이 4년이 넘게 지연되는 것은 서울시와 SH공사의 관료주의적 태도에 따른 책임이 크다"며 "미분양 아파트의 경우 가격할인 또는 임대주택 전환 등의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