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2년 연속 정상에서 포효했다. 완벽한 투타 조화로 한 치의 빈틈을 보이지 않았다. 시즌 초반 중하위권을 맴돌았지만 전통적으로 여름에 강했던 팀답게 7월 들어 1위로 치고 올라갔다. 다른 팀은 부상 선수가 속출해 울상을 지은 반면 삼성은 주축 선수들의 이탈 없이 안정적인 전력을 유지했다. 여유 있게 정규 시즌 우승을 차지한 삼성은 충분한 시간 동안 전열을 가다듬고 한국시리즈에 나서 SK를 4승2패로 따돌렸다.
10승 투수 4명 배출 선발 야구 정착
삼성은 전형적인 불펜의 팀이었다. 허리가 탄탄해 선발이 5이닝만 던지면 '지키는 야구'로 승부를 걸었다. 그러나 올 시즌은 달랐다. 10승 선발 투수를 4명이나 배출했다. 장원삼은 17승으로 다승왕에 올랐고, 배영수(12승)는 6년 만에 두 자릿수 승리를 챙겼다. 외국인 듀오 미치 탈보트와 브라이언 고든은 각각 14승, 11승을 거뒀다.
허리 부상 탓에 9승에 그쳤던 윤성환은 한국시리즈에서 두 자릿수 승리 아쉬움을 모두 털어냈다. 그것도 부담이 많은 두 차례 등판에서 모두 승리 투수가 됐다. 1차전 선발 중책을 맡아 5.1이닝 1실점(비자책)으로 기선을 제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윤성환은 또 2승2패로 시리즈의 가장 큰 분수령이었던 5차전에서 다시 선발 등판해 6이닝 1실점으로 제 몫을 충분히 했다.
장원삼 역시 2, 6차전 완벽투로 다승왕의 위력을 떨쳤다. 탈보트는 4차전에서 비록 패전 투수가 됐지만 6이닝 3실점으로 좋은 피칭을 했다. 불펜은 4차전에 약간 흔들렸던 것을 제외하고는 '명불허전' 그 자체였다. 37세이브로 2년 연속 구원왕에 오른 오승환과 안지만(28홀드)이 건재했다. 삼성의 블론 세이브는 5번으로 8개 구단 중 가장 적었다.
팀 타율 1위 날카로워진 창
이승엽이 가세한 팀 타선은 응집력이 생겼다. 타격 부문 타이틀 홀더를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지만 팀 타율은 2할7푼2리로 정규시즌 1위였다. 타점도 585개로 가장 많았다. 박석민이 새로운 4번 타자로서 존재감을 드러냈고, 전반기에 부진하던 최형우도 후반기 들어 타율 3할1푼 9홈런 33타점을 몰아쳐 중심 타선을 책임졌다. 특히 최형우는 한국시리즈에서만 홈런포 2방을 터뜨리며 팀 타선을 이끌었다.
베테랑 포수 진갑용은 공∙수에 걸쳐 빛났다. 노련한 볼 배합은 물론 좋은 타격감을 유지해 버팀목이 됐다. 백업 포수 이지영의 공도 컸다. 윤성환과 배영수의 전담 포수로 뛰며 진갑용의 체력 부담을 덜어줬다. 한국시리즈에서도 중용돼 삼성의 차기 안방마님 자리를 당당히 꿰찼다.
12년 연속 100타점-100경기 출전을 달성한 박한이는 2번과 6번을 오가며 지난해 부진을 털어냈다. 이밖에 '키스톤 콤비' 김상수와 조동찬도 유기적인 수비 호흡을 보였고, 하위 타순에서 상대 투수들을 괴롭혔다. 정규 시즌에 주춤했던 지난해 신인왕 배영섭은 한국시리즈에서 한이라도 풀 듯 타율 4할9리 5득점 출루율 4할8푼으로 공격 첨병 역할을 확실히 했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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