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스펙 초월 시스템' 기업에 강제 할당 우려
문재인 정년60세 제도화 등 규제일변도 정책
안철수 일자리 국민합의 위원회 '옥상옥' 가능성
"일자리 창출은 대선의 핵심 화두지만, 세 후보 모두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정책적 상상력의 부재다. '장밋빛 선언'만 난무하고 구체적인 액션 플랜은 없다"
좌파든 우파든, 혹은 진보든 보수든 국가 경제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고용창출. 일자리를 만들어 소득을 올릴 수 있게 해주는 건 정부의 의무이자 경제정책의 지향점이다.
때문에 주요 대선후보 3인들도 틈만 나면 일자리 창출을 얘기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그 공약에 대해 냉소적이다 못해, 혹평에 가까운 쓴 소리를 했다. 지금까지 내놓은 공약들로만 봤을 때 이전과 뭐가 다른지, 어떻게 실현하겠다라는 구체적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일자리 창출의 기본 바탕이라 할 경제성장 담론은 빠진 정치적 구호에 가까워, 과연 균형감각도 실현가능성도 희박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총평
창조경제(박근혜 후보), 공정경제(문재인 후보), 혁신경제(안철수 후보) 등 구호는 제각각 이지만, 3인 모두 "실천방법이 취약하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캐치 프레이즈만 있지, 대안이 없다는 얘기다.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일자리 창출이 대선의 핵심 화두인 만큼 경쟁적으로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유권자들이 공허하게 느끼는 건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각 후보마다 '차별성'이라고 제시한 스펙 초월 채용시스템 정착(박 후보), 청년고용 의무할당제(문 후보), 대기업 고용 관련 공시제도 실시(안 후보) 역시 "시장 기능을 무시한 정책"(변양규 한경연 거시정책연구실장)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 따지자면 암담한 수준"(조동근 명지대 교수)이라는 반론에 직면했다. 다만, 세 후보 모두 공공 부문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중요한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은 정책 방향 측면에서는 바람직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근혜의 창조경제론
"기본적인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실현성 제고가 필요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변양규 실장은 청년일자리 창출 방안으로 내놓은 '스펙 초월 채용시스템'에 대해 "청년 의무고용 할당제보다는 시장친화적 접근이지만, 이 역시 결국은 기업과 공공기관에 강제로 할당하는 경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청년 일자리 관련, 창업 증진이 중심인데 자영업의 생태가 불안정한 현실에서 신용불량자 양산 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노사 자율로 정년 연장을 추진하도록 하겠다는 공약에 대해서도 "노조 내 의견 일치가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을 낮게 봤다. 임상훈 한양대 교수는 "다른 후보에 비해 비정규직 문제와 사회 양극화 해소 등 고질적 병폐에 대한 구체적 실천 정책이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문재인의 공정경제론
"너무 규제일변도 정책"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청년고용 할당제 도입, 법정 정년 60세 제도화, 최저 임금 상향 조정 등의 공약이 여기에 해당한다. 일자리의 파이를 늘리지 않은 상태에서, 기존 일자리의 배분을 늘리려고만 한다는 지적이다. 임상훈 한양대 교수는 "청년ㆍ고령자 실업 문제, 사회양극화 해소라는 정책 취지는 좋지만, 실효적인 대안이 뒷받침 되지 않고서는 선언적 공약에 그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정년 제도화의 경우도 기업과 노조간, 세대 간 동의가 필요한데 사회적 대타협에 이르기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나누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문 후보의 공약에 대해 조동근 교수는 "양질의 고용, 지속적 일자리를 필요로 할수록 기업 투자 외에 방법이 없다"며 "경제민주화 압박을 강화하면서 일자리까지 늘리라고 한다는 건 기업들로선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평했다.
안철수의 혁신경제론
일자리 창출을 위해 국가 차원의 국민합의 기구를 설치하겠다는 안철수 후보의 구상에 대해서는 너무 추상적이란 지적과 함께,'옥상옥'이 될 우려를 제기했다. 조동근 교수는 " 국민적 합의와 사회적 대화를 통해 사회통합적 일자리 경제를 만들겠다는 얘기인데, 얼마나 유효한지 의문"이라며 "위원회 형태의 합의제 행정조직을 둔다는 것은 기존 정부 조직 위에 '옥상옥'이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벤처 생태계 정비, 녹색 경제, 북방 경제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주장하지만, 변양균 실장은 "대부분의 정책이 이상적인데다 구체적 추진 방법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성장 담론 실종
전문가들은 경제는 구조개혁과 성장, 두 바퀴로 가야 하는데 모든 후보가 개혁(경제민주화)쪽에 기우는 불균형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마디로 경제성장 담론이 너무 실종됐다는 것이다.
세 후보 가운데 그나마 박 후보가 최근 들어 경제민주화와 성장잠재력 배양이라는 '투 트랙'전략을 강조하고 균형을 모색하고 있지만, 알맹이는 여전히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안 후보 측도 이르면 곧 경제성장과 관련한 정책 구상을 발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안 후보 측 관계자는 "성장 비전과 관련, 집권 이후 어떻게 업그레이드할 것인지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재계는 대선후보 3인의 공약이 지나치게 한쪽 입장만을 대변하고 있다고 반발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2010년 기준으로 정년 60세 이상 기업이 22%에 불과한 현실을 감안할 때, 정년 연장을 일괄적으로 강제할 경우 기업 경영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나 경제민주화의 타깃인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 더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게 문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와 관련, 1일 정년 60세 의무화, 청년 의무고용 등 국회 계류 중인 노동 관련 60개 법안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는 경제계 건의문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제출했다.
도움말 주신 분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변양규 한경연 거시정책연구실장
임상훈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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