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을 통한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에 참여한 여성 중에 혈액암으로 골수이식을 해야 하는 사람이 있었어요. 처음 그를 봤을 때는 곧 죽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서너 번 암이 재발했는데도 여전히 건강하더군요. 의료진도 놀라는 그 과정이야말로 마음수행의 경험입니다.”
불교 명상에 바탕을 둔 마음챙김이라는 주의력 훈련 프로그램(MBSR)을 창시한 존 카밧진(68) 미국 매사추세츠대 의대 명예교수는 지난달 31일 서울 인사동에서 가진 방한 기자간담회에서 “인간의 고통은 자신이 누구인지 온전히 모르는 데서 오는 것인데, 마음챙김은 그것을 아는 좋은 방법 중 하나”라며 이렇게 말했다.
1970대 후반 매사추세츠대에 마음챙김 센터를 열어 만성통증과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그는 한국과 인연이 남다르다. 선불교를 미국에 전파한 숭산 스님에게서 1974년 참선을 배웠고 결혼도 스님의 주례로 했다. 그는 “MBSR의 깊은 뿌리는 한국에 있다”며 “거슬러 올라가면 지눌 스님까지 소급해서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카밧진 교수는 MBSR 프로그램의 근간인 마음챙김을 “현재의 문제에 판단을 배제하고, 의도적으로, 지금 이 순간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라며 “그를 통해 고통과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우게 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만성요통에 시달리는 사람은 그 통증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망치고 있는지에 대해서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괴로움의 뿌리는 육체적 고통 자체가 아니라 고통에 자신을 어떤 식으로 관련시키는가에 달렸다는 것을 알고 고통과 더불어 살게 되면 삶의 질에 커다란 차이가 만들어진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MBSR 본부의 MBSR 프로그램에는 지금까지 2만여 환자가 참여했으며 전 세계적으로도 720여 개 병원과 센터에서 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방한에 맞춰 이라는 책도 낸 카밧진 교수는 한국MBSR연구소 주최로 5~7일 세종대에서 열리는 ‘마음챙김 워크숍’에서 직접 명상을 지도한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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