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자정 이후 청소년들의 온라인 게임의 접속을 차단하는 셧다운제를 휴대폰이나 태블릿PC 등으로 확대할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평가지표를 31일 공개, 셧다운제 확대에 대한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여성부의 평가계획에 따르면 '리니지' '리그 오브 레전드' 등 개인 대 팀, 팀 대 팀의 형태로 즐기는 온라인 게임들을 대상으로, 전문게이머들로 구성된 평가단이 다음달부터 PC, 모바일, 태블릿, 콘솔용 게임 130~140종을 평가한다. 현재 PC게임을 제외하고 셧다운제 적용은 내년 5월 20일까지 유예돼 있다. 이른바 국민게임인 휴대폰용'애니팡'은 개인 대 PC의 게임이라 중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아예 평가대상에서 제외된다.
여성부가 이날 공개한 평가지표에는 지난달 공개한 안에서 논란이 됐던 5개 항목이 빠져있다. '마우스나 키보드를 통해 게임을 지배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게임 속에서 내가 힘센 사람이 되어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등으로 너무 주관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대신 '여러 명이 함께 임무를 수행해 게임도중 빠져나올 수 없다', '다른 게이머들과 역할을 분담해 지속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등 보상 강화, 경쟁심 유발과 관련된 7개 항목이 평가지표에 포함됐다.
이에 대해 한국게임산업협회 관계자는 "보상이 강화되기 때문에 게임을 하는 것은 모든 놀이문화의 특성"이라며 "이날 공개된 지표는 이용자들에게 '벽을 보고 게임을 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반발했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게임을 좋아하는 이유가 규제하는 이유가 돼서는 안 된다"며 "게임중독은 이용자에게도 책임이 있는데, 평가항목자체가 책임을 컨텐츠에만 묻고 있는 점은 일방적"이라고 말했다. 또 모바일 게임 등을 규제할 경우 컨텐츠 개발 비용에 맞먹는 인증제 구축에 필요한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를 놓고도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관적 느낌을 평가해야 한다는 반대 주장도 만만치 않다. 김동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게임중독자들을 조사해 보면 '못하면 죽을 것 같다'는 느낌 때문에 게임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주관적 느낌이 중독성 판단의 중요한 요소라는 점은 이미 10여년 전 연구를 통해 합의된 결론인데도 여성부가 사회적 논란만을 의식해 뺐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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