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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경제정책 탐구] "가계부채 해법, 줄기보다 가지에만 집착… 그랜드 플랜 내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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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경제정책 탐구] "가계부채 해법, 줄기보다 가지에만 집착… 그랜드 플랜 내놔야"

입력
2012.10.3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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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 3인의 가계부채 정책에 대해 경제전문가들은 거의 예외 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대부분 근본 해결책과는 거리가 먼 '사후약방문' 수준이라는 평가였다. 전문가들은 대선 후보들이 먼저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과 해결방향을 충분히 검토한 뒤, 그에 맞는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총평: 그랜드 플랜이 없다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문제는 가계부채의 줄기(경제 전반의 부채부담 축소)보다 가지(피해자 사후구제)에 집착하고 있다는 점.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철저한 대출 관리와 함께 적정 자산가치 유지, 일자리 창출을 통한 소득증대 방안이 병행돼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이 부분이 무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부채의 근본 배경인 저성장 환경 등에 대한 대책 없이 너무 단기 현안에만 치우쳐 있다"고 지적했다.

피해자 구제 측면에서도 문재인ㆍ안철수 후보는 주로 저소득층의 생계형 부채에, 박근혜 후보는 중산층의 주택담보대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마치 이 대책들로 전체 가계부채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인상을 줘 유권자를 호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뾰족한 답을 모르니 제목만 쓰고 내용은 없는 상황"(박창균 중앙대 교수), "현상을 너무 단편적으로만 보고 있다"(윤석헌 숭실대 교수), "표를 생각해 뭔가 공약은 내야겠고 하니 포퓰리즘 성격이 강한 대책들만 잔뜩"(하준경 한양대 교수) 등의 평이 이어졌다.

후보 3인이 모두 언급한 기존 대출의 장기ㆍ고정금리화 유도에 대해서도 "현실성은 있지만 당장의 문제를 미래로 미룬다는 점에서 역시 근본 대책은 아니다"(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라는 지적이 나왔다.

박근혜: 재정부담, 실효성 우려

박근혜 후보의 주택지분 일부 매각 허용 방식에 대해선 "말은 그럴 듯 한데 현실적으로 가능할 지 의문"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공공기관을 내세워 매입한다지만, ▦불경기에 누가 선뜻 사려고 나설지 ▦가격산정은 어떻게 할지 ▦이들 기관이 다시 시장에 내놓는 매물이 집값을 더 떨어뜨리지 않을지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채무자와 금융기관의 손실 분담 과정 없이 곧바로 사실상의 재정을 투입하는 형식은 국민 세금부담뿐 아니라 형평성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조주현 건국대 교수는 "주택연금 가입연령을 50세로 낮추는 것도 대상이 제한적일뿐더러 재정부담이 과도해질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오정근 고려대 교수는 다만, "신용도가 낮은 계층을 추려 채무를 재조정해 주는 방안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문재인: 강제 대책이 부작용 부를 수도

문재인 후보는 과도한 강제성이 현실에서 오히려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를 많이 샀다. 금융사의 적정대출을 유도하는 공정대출법 제정에는 비교적 긍정적 반응이었지만, 이자율 상한을 25%로 제한하는 이자제한법 개정에는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 등은 "서민들을 위한 금융사가 사실상 없는 상황에서 물리적으로 이자를 묶을 경우, 저신용층이 돈 꿀 데만 없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채 규모가 큰 계층 대부분이 20% 이하 금리를 적용 받는 상황에서 최고금리 인하는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오정근 교수는 "힐링통장을 통해 압류를 아예 차단하기보다 압류를 연기해 주는 방안이 보다 현실적일 것"이라고 지적했고, 조주현 교수는 "6억원 미만 1가구1주택의 임의경매 금지는 자칫 금융권 리스크 가중과 대출차별화 같은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 2조원 펀드, 도움 될지도 의문

안철수 후보의 정책 중에선 2조원 펀드의 문제점이 집중 거론됐다. 파산자에게 300만원 수준의 지원이 큰 도움이 되겠느냐는 점과 자칫 법원의 채무조정 과정에서 300만원 소득이 감안돼 이마저도 부채 상환에 쓰일 수 있다는 점 등이 지적됐다.

이 밖에 "가계부채를 낮출 사전적 정책과는 거리가 멀다"(박창균 교수), "모든 파산자를 대상으로 해 구체성이 떨어지고 도덕적 해이를 부를 수 있다. 다른 복지 수요로 볼 때, 2조원 마련도 쉽지 않을 것"(오정근 교수), "파산 수준이 아닌 애로계층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하준경 교수)라는 의견이 뒤따랐다.

부동산 대책은 없다?

후보들 모두 부동산경기 활성화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안 후보 측은 "특별한 대책이 없다"고 했고, 그나마 "세금 인하 등의 공약은 없을 것"이라는 문 후보와 "세제혜택 연장 검토가 필요하다"는 박 후보 사이의 기류 차이 정도가 느껴질 뿐이다.

전문가들은 후보들이 자칫 '부동산경기 부양'으로 비칠 수 있는 공약을 내놓기 어려울 것이라는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가계부채 해결의 핵심고리를 외면하는 데 대한 비판은 주저하지 않았다.

김경수 성균관대 교수는 "후보들이 임陸領?등만 언급하며 부동산을 복지 관점에서 접근하는데, 가계부채 해결을 위한 부동산은 수요ㆍ공급을 감안한 경제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필상 교수는 "대책이 없으면 없다는 얘기라도 자신 있게 밝혀야 책임 있는 자세"라고 했고,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로 집값은 올리지 않으면서 거래를 되살릴 대안 제시가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설문에 응해주신 분들(가나다 순)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이필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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