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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시연금 가입 밀물… 보험사들 '역마진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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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시연금 가입 밀물… 보험사들 '역마진 공포'

입력
2012.10.3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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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보험사의 즉시연금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비과세 혜택이 내년부터 없어지기 때문에 '막차'를 놓치지 않으려는 가입자들이 폭증하고 있는 것이다. 올 8월 정부의 비과세 혜택 폐지 발표가 있은 후 월 가입자가 6배 이상 늘었다. 생보사들은 늘어나는 보험료 실적에 즐거울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즉시연금은 가입자가 목돈을 생보사에 맡기면 생보사가 길게는 수십년간 2%대의 최저 보증 이율 이상의 돈을 매달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 글로벌 경제위기 장기화로 자금 운용이 어려운데다, 금리 하향추세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여 생보사가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일부 보험사는 판매 중단까지 선언하고 있다.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8월7일 즉시연금 세제혜택 폐지를 밝힌 이후 즉시연금 가입자가 급증하고 있다. 생명보험사 상위 3곳(삼성ㆍ한화ㆍ교보)의 경우 매달 가입금액 기준으로 올해 1~7월 월평균 1,885억원 정도였던 가입자가 8월에는 1조2,370억원을 기록하면서 6배 이상 늘었다. 9월에도 1조1,122억원의 뭉칫돈이 몰려들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연내 가입 계약에 한해 비과세 혜택이 적용되기 때문에 '막차'를 타려는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법 개정에 따라 내년 가입자부터 즉시연금 종신형의 경우 이자소득세(15.4%)를, 상속형은 연금소득세(5.5%)를 내야 한다.

가입자가 몰리자 보험사들은 난감해하고 있다. 즉시연금에 적용되는 공시이율은 현재 4.4~4.6%로 일반은행의 시중금리보다 높은 편이고, 변동금리인 공시이율이 낮아질 경우에도 2.0~2.5% 수준의 최저 보증이율을 보장한다. 하지만 보험사들의 주요 투자처인 국고채 금리 가격이 올 초에 비해 1%포인트 가량 하락하는 등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보험사들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실제 생보사의 1분기(4~6월) 운용자산 이익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68%포인트 떨어진 5.08%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저축성 상품 비중인 높은 A생보사의 경우 즉시연금을 적극적으로 판매하고 나서자 업계에서는 '파산설'이 나돌 정도다. 지금 상황에서 즉시연금 영업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은 향후 손실 위험성을 감수하고라도 거액의 보험료를 걷어서 당장의 재무상태가 좋게 보여야 할 만큼 A생보사의 상황이 위험한 신호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교보ㆍ미래에셋ㆍ흥국ㆍIBK연금보험 등 상당수 업체들은 방카슈랑스(은행, 증권사 등을 통한 보험상품 판매) 채널을 통한 즉시연금 판매를 접었고 설계사를 통한 판매도 중단을 검토 중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30년 국고채가 3%에 발행되는 등 향후 장기간 저금리가 예상되는 상황인데 4% 대의 이자를 지급해야 할 즉시연금 가입자들이 감당하지 못할 수준으로 급증했다"며 "즉시연금 가입의 70%이상을 차지했던 방카슈랑스 판매를 9월12일부터 중단했다"고 말했다. 교보생명의 8월 신규 즉시연금 가입금액이 2,000억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말까지 3개월간 최소 수천억 원의 보험료 실적을 포기할 정도로 장기 손실 우려가 크다는 설명이다. 삼성, 한화 등도 몰려드는 가입자를 두고 즉시연금 공시이율을 소폭 낮추는 등 리스크 관리에 들어간 상태다.

박선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위원은 "즉시연금이 당장 적자를 내는 상품은 아니지만 장기간 저금리 상황이 유지된다면 결국 보험사들이 은행 예금보다 높은 금리를 지급해야 하는 심각한 역마진 상황에 빠질 수 있다"며 "자산운용 수익률에 의존하는 저축성 상품 비중이 높은 보험사들이 특히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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