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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중증장애인 거리로 내모는 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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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중증장애인 거리로 내모는 복지부

입력
2012.10.31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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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아침 기온이 뚝 떨어진 31일 오전 종로구 계동 보건복지부 앞 인도. 뼈가 쉽게 부러지는 골형성부전증으로 키가 1m가 안 되는 박현(38)씨가 전동휠체어를 탄 채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그는 어금니를 물고 들고 있는 손 팻말에는 '장애인 활동보조 서비스 확대' '장애인 등급제 철폐' '부양의무제 철폐'가 적혀 있다. 박씨는 "관철될 때까지 복지부 앞을 뜨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들이 처우개선을 위해 복지부를 상대로 항의하는 모습은 드물지 않은 일이지만 이번에는 결기로 가득 차 있다. 지난 26일 화재로 목숨을 잃은 장애인 인권운동가 김주영씨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분노가 크기 때문이다. 김씨는 활동보조인이 퇴근한 뒤 채 3시간도 되지 않아 변을 당했는데, 뇌병변장애로 손발을 쓰지 못하는 탓에 입으로 터치폰을 눌러 119신고를 하고도 3m도 채 안 되는 원룸을 빠져나가지 못해 질식사했다.

장애인들은 "장애 형태에 따라 24시간 활동지원이 필요한 사람이 있고, 선진국에서 이미 보편화돼 있다"며 활동보조인 서비스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지만 복지부는 예산이 없다는 말만 반복해왔다.

현재 정부가 1급 장애인에게 제공하는 활동보조인 서비스 시간은 등급에 따라 월 42~103시간. 혼자 살거나, 출산, 취업 등의 다른 조건이 있으면 최대 80시간이 추가 급여된다. 생활 여건이 극도로 열악한 중증장애인 조차도 하루 6시간 정도밖에 도움을 못 받는다는 얘기다.

문제는 예산타령을 하는 복지부의 활동보조서비스 예산의 상당부분이 쓰이지 않고 있는 데 있다. 복지부는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올해 책정된 장애인 활동보조 서비스 예산 3,099억원 중 750억원이 불용 처리될 것으로 전망했다. 복지부는 1급 중중장애인 5만5,000명 중 실제 이용자가 75%에 불과했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장애인들은 "급여 등급이 자꾸 떨어져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어도 이용할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실제로 2007년 4월부터 2010년 3월까지 중증장애수당 신규 신청자를 대상으로 총 9만3,000건에 대한 장애등급심사를 한 결과 전체의 36.7%가 등급이 하락했다. 반면 상향된 비율은 0.4%에 불과했다. 이러니 장애인들이 거리로 나설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동현 사회부 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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