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제성장률이 연간 7%대로 떨어진 '중성장(中成長)' 중국 시대에 맞는 새로운 대중(對中) 경제협력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자본재ㆍ중간재를 수출하는 전략이 들어 맞았으나, 중국 경제가 중성장기로 접어들면 우리나라가 일본이나 미국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내수 관련 상품의 중요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31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이 당총서기ㆍ국가주석에 오르면서 출범할 중국 신(新)지도부의 주요 정책 방향과 그에 따른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이날 보고한 '중국 정치ㆍ경제 동향과 시사점'자료에서 "신지도부는 구조조정과 균형을 중시하는 경제정책을 추구, 중국이 중성장(7~8%) 시대에 진입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2016~20년에는 연 평균 성장률이 7%로 하락하고, 2020년 이후에는 5% 성장시대에 접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KIEP는 중국의 성장률이 하락할 경우 주요 교역국 가운데 한국이 가장 큰 타격을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리나라 대중 수출의 64.8%가 중국의 해외 수출용 원자재와 중간재이며, 중국 소비자를 겨냥한 내수용은 34%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KIEP는 "일본과 미국은 대중 수출품 가운데 내수용 비중이 각각 51.7%와 66.7%에 달한다"며 "중국 경제에서 수출 대비 내수의 비중이 커질수록 한국의 대중 수출은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KIEP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조속한 타결, 위안화 결제 확대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중국에선 매년 2,000만명이 넘는 도시인구가 새로 발생해 건설ㆍ환경ㆍ유통ㆍ의료 등을 아우르는 패키지형 시장이 각광 받고 있는 만큼, 대중 주력 수출 상품구조를 시대 변화에 맞게 조정할 것도 권고했다. 박 장관은 "한중 FTA를 차질 없이 진행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관계 부처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이날 내놓은 '중성장 시대의 중국에 대비해야 한다'는 보고서에서 "중국이 중성장 시대를 맞으면 대중 수출이 감소하는 것은 물론 전 산업 분야에서 중국과 한국 기업의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재진 연구원은 "중성장기에 접어든 중국은 반도체 등 하이테크 분야의 육성 등 경제구도의 고도화를 추구할 것이며, 이는 한국경제의 핵심 산업에서 한중간 경쟁이 전개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소비중심 성장 전략에 맞춰 수출지역ㆍ품목을 다변화하고, 우리 핵심 산업과 중복되는 분야에 대한 기술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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