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중국 최고 지도부를 결정하는 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18차 당 대회ㆍ8일 개막)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베이징(北京) 정가가 음모설에 휩싸이며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가족의 재산이 수조원에 달한다는 폭로가 나온 데 이어 리커창(李克强) 부총리 동생이 도마에 올랐다. 일련의 사건이 반대파에 의해 기획된 정치 공작이란 분석도 나온다. 인터넷에서는 부패 관료의 재산과 봉급 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은퇴했던 원로들이 돌연 공개 석상에 등장, 경쟁하듯 노익장을 과시하는 것도 혼란을 부추긴다.
폭로전, 음모설 난무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인터넷 매체 보쉰(博訊)은 태자당의 일부 세력이 원 총리가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의 몰락에 앞장선 데 불만을 품고 원 총리를 공격하기 위한 '흑재료(黑材料)'를 흘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 원로나 권력층 자제로 구성된 태자당은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을 중심으로 한 상하이방(上海幇),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공산주의청년단파(공청단)와 함께 중국공산당 3대 정파중 하나다. 보쉰은 류샤오치(劉少奇) 전 주석의 아들인 류위안(劉源) 인민해방군 총후근부 정치위원과 왕쩐(王震) 전 주석의 아들 왕쥔(王軍) 전 중신그룹 이사장이 공작을 주도했다고 전했다. 보쉰은 이들이 태자당이기는 하지만 이들의 부친이 모두 시 부주석의 아버지 시중쉰(習仲勛) 전 당 중앙서기처 서기와 권력 투쟁을 한 악연이 있다며 같은 태자당인 시 부주석에 대한 흑재료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이날 리 부총리의 동생 리커밍(李克明)이 국무원 산하 기업인 국가담배전매국 부국장으로 일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리 부총리가 총리가 되면 이는 형제간 부적절한 이해 관계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간 수입이 6,000만위안(약 10조원)에 달하는 국가담배전매국은 황금알을 낳는 기관으로 불린다.
관료 재산ㆍ봉급 공개 요구
인터넷에서는 관료의 연봉 공개 문제가 뜨거운 감자다. 사건의 발단은 중국 네티즌이 이달 초 광저우(廣州)시 도시관리종합집행국 판위분국 정치위원 차이(蔡ㆍ56)모씨가 무려 21채의 집을 갖고 있다고 폭로한 데서 비롯됐다. 광저우시가 조사에 나서 차이 위원의 직무가 정지되자 네티즌은 다시 차이 위원의 연봉을 공개하라고 시 당국에 요청했다. 일각에선 이런 목소리가 부정부패 관료 재산의 전면적 공개와 중앙 정치 개혁에 대한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원로들의 이례적인 행보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31일 장쩌민 전 주석의 기억을 바탕으로 잊혀진 노래를 재현할 수 있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리란칭(李嵐淸) 전 부총리의 '장쩌민 찬양 글'을 게재했다. 리펑(李鵬) 전 총리,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 장 전 주석과 라이벌이었던 리루이환(李瑞環) 전 정협 주석과 우이(吳儀) 전 부총리, 공청단파의 대부로 알려진 차오스(喬石) 전 전인대 상무위원장도 최근 언론에 활동을 공개했다. 현 지도부에 누가 될 것을 우려, 일체의 행동을 삼가는 것이 전통인 중국에서 원로들의 이러한 행보는 분열상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중국은 1일부터 17기 중앙위원회 7기 전체회의(17기7중전회)를 열고 지난 5년의 성과를 평가한 뒤 8일부터 18차 당 대회를 연다. 일주일로 예상되는 당 대회는 마지막날(14일) 향후 5년간 중국을 이끌 중앙위원회 위원 200여명과 후보위원 160여명을 선출한다. 이날 뽑힌 18기 중앙위원들이 그 다음날(15일) 18기 중앙위원회 1기 전체회의(18기1중전회)를 열고 중앙정치국 위원 25명을 선출한 뒤 그 중에서 상무위원과 총서기를 뽑는다. 상무위원의 면면은 아직도 미정이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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