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에 있었던 천안함 폭침과 지난달 휴전선을 넘어온 북한 병사의 귀순 사건은 발생 상황이나 사건의 비중 측면에서 본다면 비교 대상이 될 수도 없겠으나 두 사건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은 서로 닮은꼴이라 할 수 있다.
첫 번째 문제는 경계의 소홀이다. 천안함 폭침 사건의 경우 북 잠수정 활동에 대한 정보 분석이 미흡했고 기동 속도 증가나 함정운용 구역 확대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함정에서는 적 잠수정의 접근이나 어뢰 발사 사실 조차도 인지하지 못했다. 노크귀순은 귀순병이 철책 3개를 넘어 경비대 내무반으로 갔다가 GOP 내무반 문을 두드릴 때까지 아무도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또 다른 문제는 보고의 난맥상이다. 천안함은 그날 오후 9시22분쯤 피격되어 6분 뒤 함정에서 2함대사령부로 보고했다. 2함대사령부는 해군작전사령부를 거쳐 오후 9시43분에 합참으로 보고했고 합참 상황실에서 합참의장에게 보고한 시간은 오후 10시11분이다. 함정에서 합참까지 보고에 15분이 소요된 반면 합참 내에서 의장에게 보고하는데 28분이 걸렸다. 그 결과 의장과 장관이 대통령 보다 늦게 보고를 받는 웃지 못 할 사태가 벌어졌던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 명의로 발간된 천안함 피격사건 백서에는 '지휘통제 반장이 사실관계를 확인하느라 뒤늦게 보고했다'라고 기술되어 있다. 접적지역에서 경계임무중인 함정이 침몰되는 심각한 상황에서 합참의장과 많은 장성급 참모들은 뭘 하고 있었는지 설명은 없고 보고 지연의 책임을 지휘통제 반장에게 떠넘기고 있다. 이 같이 지휘부가 책임을 회피하고 문제의 핵심을 밝히지 않는다면 같은 문제들이 재발할 수밖에 없다.
지난달 2일 발생했던 노크귀순 사건에서는 허술한 경계태세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도 컸지만 합참의장이 국정감사에서 "귀순병을 CCTV로 발견 했다"고 했던 진술이 허위로 밝혀졌을 때 국민들은 불안을 넘어 허탈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없다'는 격언이 있다. 그런데 자신의 허물을 감추기 위해 허위로 보고를 한다면 그것은 중대한 범죄행위이다. 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장성 5명과 영관장교 9명 등 14명을 엄중 처벌 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합참의장은 부하로부터 보고를 잘못 받았을 뿐 잘못한 것이 없다고 했다. 합참 상황장교가 예하부대의 정정 보고를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또는 작전본부장에게 CCTV 확인이 맞는지를 6번이나 확인했는데도 그때마다 CCTV가 맞다고 답변했기 때문에 합참의장으로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는 뜻인 것 같다. 그럴듯하게 들릴 수도 있을지 모르겠으나 사실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얕은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합참의장은 사건 다음날인 3일에 이미 정보본부장으로부터 노크귀순 사실을 보고받았다. 상반된 두 가지의 보고를 받았다면 지체 없이 무엇이 진실인지를 확인하는 것은 지휘관의 기본 책무이다. 작전, 정보본부장을 함께 불러 사실 관계를 따져보거나 해당 부대로 전화 한 통화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터 인데 작전본부장에게만 6번씩 물었다는 것은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보다 경계 작전 실패의 치부는 숨기고 CCTV로 확인한 것으로 진술해도 뒤탈이 없겠는가를 확인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는 결코 완벽한 경계도 신속 정확한 보고도 이루어질 수가 없다.
완벽한 경계태세와 보고체계를 확립하려면 무엇보다 군 기강이 확립돼야한다. 군 기강 확립을 위해서는 엄격한 신상필벌이 이루어져야하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신상필벌이 이루어지려면 지휘관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 지휘관이 자신의 잘못은 덮어두고 부하들만 엄벌로 다스린다면 기강 확립은커녕 불신과 불만만 증폭될 뿐이다. 지위가 높고 많은 권한과 책임을 가진 사람들부터 뼈를 깎는 반성과 함께 위국헌신의 군인정신을 다시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이한호 전 공군참모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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