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새로운 건축이 들어서면 가장 먼저 건축 내외부를 렌즈로 탐색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안타깝게 사라지는 건축을 향해 마지막까지 카메라로 애도를 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바로 건축 사진가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공간에서 몸 부대끼고 사는 그는 도시, 건축, 인간의 관계적 맥락을 사진을 통해 보여준다.
한국 건축을 촬영해온 사진작가들의 그룹전 '건축도시기행'이 경기 파주시 헤이리 모아갤러리에서 21일까지 열리고 있다. 김재경, 진효숙, 최충욱, 박영채, 조명환 등 국내 대표 건축 사진가 17명이 참여했다.
보름달 아래 밝은 불빛에 휩싸인 서울 전경과 조선시대 한양을 에워싼 고요한 서울성곽의 대비는 서울이 품은 과거와 현재를 한눈에 보여준다. 저물녘 서울 세종로 광화문 옆을 지나는 자동차 행렬을 촬영한 박영채씨의 작품 '스카이라인'에도 다른 시간이 공존하는 서울이 있다.
현재 재개발이 추진 중인 경기 안양의 구도심 일대를 촬영해온 김재경씨는 이번 전시에 '안양 7동 덕천마을'을 출품했다. 십여 개의 가구 두 줄로 마주본 형태의 공동주택은 이제 서울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건축형태다. 2010년에 촬영한 이 사진에는 인적이 없어도 탐스럽게 꽃을 피운 마당의 화분으로 사람 냄새 나는 곳이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전시는 1부 '건축 테마전'(9일까지)과 2부 '도시 테마전'(9~21일)으로 나눠 총 60여 점의 작품이 선보인다. 9일에는 순수예술과 상업사진의 중간에 놓여있지만 기록사진으로써 도시와 건축의 역사를 축적해가는 건축사진의 현주소를 짚어보는 세미나도 열린다. (031)949-3309
이인선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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