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턴 추위와의 전쟁이다.
잠실구장으로 옮겨 치러지는 삼성과 SK의 한국시리즈는 추위가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4차전까지 두 팀이 2승2패로 균형을 이루면서 시리즈는 최소 6차전까지 진행되게 됐는데 6차전이 열리는 날은 11월의 첫 날이다. 한국시리즈가 11월까지 이어진 건 현대와 삼성이 9차전 혈투를 벌였던 2004년 이후 8년 만이다. 이후 정규시즌 우천 취소 경기가 많지 않아 10월에 한국시리즈를 모두 마쳤다. 최근 마지막 7차전 시리즈가 벌어졌던 2009년(KIA-SK)에도 10월24일에 모든 일정이 종료됐다.
한국시리즈가 11월에 열리게 된 건 두 팀 모두에게 승패의 변수가 될 수 있다. 11월이라는 숫자보다 실제로 이번 주부터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진다는 일기 예보가 있기 때문이다. 31일 아침 서울의 기온은 3도까지 뚝 떨어졌고, 체감 온도는 이보다 2~4도 가량 더 낮아 갑작스럽게 초겨울 날씨로 변했다. 잠실구장 풍경도 이전 4차전까지와 달라졌다. 두 팀 덕아웃에는 난로가 등장했고, 선수들 모두 방한용 훈련복을 챙겨 나와 추위에 대비했다. 관계자들과 관중도 옷장 속에 있던 두툼한 겨울 외투를 꺼내 입고 나왔다. 추위가 찾아 오면 타자들보다 투수들이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날씨가 건조하면 공을 채지 못해 제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도 '겨울 잔치'의 하이라이트는 2002년이었다. 아시안게임이 국내(부산)에서 열린 관계로 정규시즌 일정이 잠시 중단됐던 탓에 삼성과 LG의 한국시리즈는 11월10일까지 이어졌다. 감동의 6차전 명승부를 연출했던 LG 이상훈과 외국인투수 만자니오는 강추위에도 반팔 언더셔츠를 고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6차전 선발이 유력한 삼성 장원삼도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끝까지 반팔을 입고 뛰겠다고 밝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올해 한국시리즈가 11월로 넘어가게 된 건 정규시즌 막판 여러 차례 태풍으로 인한 우천 취소 경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8년 만에 11월에 열리는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이 2002년의 짜릿한 기억을 되살릴지, SK의 '겨울 DNA'가 한 수 위일지 주목된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