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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연예인 노예계약 없앤다

입력
2012.10.31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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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노예계약 사라지나…공정위, 연예산업 모범거래기준 제정

“해외에서 대박을 만들어 상상치도 못한 실적을 올렸단 소리에 가벼운 걸음으로 급여날 회사로 들어갔어. 그 때 받은 정산서에는 실적이 마이너스… 내가 본 것이 잘못 본 거라 생각하고 다시 확인을 해보니 모든 것이 경비.”

SM엔터테인먼트 소속 ‘동방신기’로 활동하다 2009년 소송을 벌이고 소속사를 옮겨 가수와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박유천이 자신의 경험을 담아 만든 ‘이름없는 노래 파트1’의 가사 일부다. 동방신기 해체 과정에서 13년 장기계약, 계약 해지 시 투자액의 3배 및 예상 이익금의 2배를 돌려줘야 하는 등의 연예계 ‘노예계약’의 실상이 폭로됐다. 작년 걸그룹 카라 멤버와 소속사의 분쟁에서도 ‘멤버 1인당 수입이 월평균 14만원’ ‘원하지 않는 연예활동 강요 및 인격 모독’ 등 화려한 연예인들의 숨겨진 이면이 공개됐다. 또 소속사의 연애금지령으로 많은 연예인들이 마음고생을 하는 소식들도 전해졌다.

‘노예계약’을 무기로 소속 연예인들에게 슈퍼 갑으로 군림하는 연예매니지먼트사들의 이러한 불공정한 관행이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1일 연예매니지먼트사ㆍ연예인(지망생)ㆍ제작사 간 모범거래기준’을 제정했다고 밝혔다.

모범기준에 따르면 매니지먼트사들은 ▦재무상태 ▦시설 및 인력 정보 ▦대표의 경력 등 기본정보 ▦소속 연예인 인권보호방침 등을 공개해야 한다. 연예인 지망생들로부터 방송출연 등을 빌미로 돈을 뜯거나 사기 치는 행위가 빈발하면서 지망생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 피해를 막겠다는 취지다.

수익배분과 관련한 준수사항도 구체화된다. 모범기준은 소속 연예인의 수입 및 비용을 연예인 별로 분리해 관리토록 했다. 성공한 연예인으로부터 그렇지 못한 소속사 다른 연예인의 투자비용까지 회수하는 관행 탓에 스타 연예인을 착취하는 사례가 많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2인 이상 함께 활동하는 아이돌그룹 등에는 연예활동 별로 관리토록 규정했다. 또 매니지먼트사는 연예인의 요구가 있으면 회계장부 내역과 입출금 내역을 제공하고, 수입은 발생 후 45일 이내에 정산해야 한다.

청소년과 여성 연예인에게는 별도 인권보호방침을 마련해 공개토록 하고 연예인의 의사결정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도 금지된다. 특히 청소년 연예인의 학습권과 수면권, 휴식권에 대한 사항을 마련해야 하며, 여성 연예인들에 대해 연애 제한을 강요할 수 없게 됐다. 권철현 공정위 서비스업감시과장은 “우월적 지위를 가진 매니지먼트사들이 모범거래기준을 지킬 수 있도록 유도하고 법 위반행위가 적발되면 엄중히 제재하겠다”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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