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단일화 신경전이 가열되는 가운데 2002년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의 단일화 사례가 비교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우선 두드러진 차이는 단일화 압박의 공수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2002년에는 제3후보인 정 후보가 먼저 단일화 공세를 편 반면 노 후보는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민주당 내에선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까지 구성됐을 정도였다. 지금은 문 후보가 공격수, 제3후보인 안 후보가 수비수인 형국이다. 당시 노 후보가 정 후보에게 지지율이 크게 밀렸고 정체성 차이도 컸으나, 지금 문 후보로선 안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나 정체성 차이가 크지 않아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02년에는 정 후보 측이 단일화 가능성을 거론한 데 이어 노 후보가 10월 31일 "정 후보 측이 경선 방식 단일화를 정식 제안하면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단일화 논의가 본격화됐다. 양측은 11월 9일 공식 협상을 개시해 '경선'과 '여론조사' 방식을 두고 대립하다가 15일 두 후보의 회동으로 'TV 토론 후 여론조사'로 합의했다. 그러나 세부 여론조사 방식을 둘러싸고 줄다리기는 계속됐다. 양 측은 11월 17일 세부 협상안을 타결했으나 정 후보 측이 여론조사 방법의 언론 유출을 문제 삼아 재협상을 요구해 진통을 거듭하다가 22일 예정된 TV 토론 직전에야 최종 합의했다. 단일화 방식 타결에만 13일이 걸린 셈이다.
2002년과 비교하면 내주쯤 단일화 논의를 시작하면 늦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당시 협상은 정책 공조에 대한 협의는 없이 단일화 방법만을 둘러싸고 진행됐다. 문 후보 측은 이번 단일화는 정책 공조와 세력 통합까지 이뤄야 하기 때문에 협상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안 후보 측은 "아직은 때가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당시 단일화 방법은 단순했다. 한 번의 TV 토론 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경쟁할 단일 후보로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합니까'라는 여론조사 질문 하나로 결판을 냈던 것이다. 조사 대상은 이 후보 지지자를 제외한 응답자였다. 문 후보 측은 여론조사로만 단일화를 추진하는 것은 지나치게 정치공학적 방식이라며 배심원제나 경선 등을 혼합할 것을 주장한다. 안 후보 측은 경선 방식을 택할 경우 조직 동원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들어 여론조사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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