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감사, 예산 등 한정된 업무의 활동비로만 쓸 수 있는 특정업무경비가 공무원들의 임금보전 수단으로 편법 운용되고 있다. 특히 연간 300조원이 넘는 예산을 편성하는 기획재정부 예산실은 자신에게 유리하게 예산을 배정, 잇속 챙기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30일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경찰청 등이 특정업무경비를 당초 취지와 달리 나눠먹기 식으로 불투명하게 집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은 직원 1인당 월 평균 50만원가량의 특정업무경비를 지급해 사실상 임금보전용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찰청은 특정업무경비가 월 30만원을 넘기면 안 된다는 예산당국의 지침도 무시한 채 치안활동비, 범죄수사활동비, 지방청경무활동지원비 등 3가지 수당으로 편성해 특정업무경비를 지급해왔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소방공무원과 경호공무원의 화재진화수당, 경호수당은 특정업무경비가 아닌 '수당'으로 잡혀 있는 만큼 형평에 맞지 않는다"며 시정을 요구했지만, 경찰청은 내년 치안활동비 예산을 올해보다 8억4,400만원 증액한 2,066억6,700만원으로 편성해놓고 있다.
공정위도 세종시 이전에 따른 출장비 증가를 이유로 내년 특정업무경비 예산을 올해보다 49.4% 급증한 10억3,100만원으로 책정했다. 문제는 세종시 이전과 관련 없는 부산ㆍ광주ㆍ대전ㆍ대구사무소의 특정업무경비 예산도 각각 25% 이상 증액한 것. 부산사무소의 내년 특정업무경비 예산은 38억원으로 올해보다 10억원이나 늘었고, 광주사무소(9억원), 대전ㆍ대구사무소(각 6억원) 역시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예산 편성 업무를 맡은 재정부 예산실은 2009년 3억3,200만원이던 특정업무경비를 2010년엔 5억5,300만원으로 66.5%나 증액해 빈축을 샀다. 재정부 세제실 역시 같은 기간 1억6,560만원에서 2억6,500만원으로 60% 증액했다. 반면 정부기관 전체 특정업무경비는 5,854억원에서 6,041억원으로 3.2% 느는데 그쳤다.
예산실과 세제실의 지급액도 다르다. 지난해 예산실은 소속 직원 147명에게 월 30만원씩 8개월간 3억5,300만원, 세제실은 92명에게 월 30만원씩 6개월간 2억6,500만원을 지급했다. 또 부서활동비가 예산실은 연간 2억원, 세제실은 1억원에 달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예산 편성의 키를 쥔 힘 있는 부서가 자기들에게 유리하도록 배정한 게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모 대학 세무학과 교수는 "국민의 업무를 대신하는 '대리인' 격인 공무원이 급여는 그대로 받으면서 특정업무경비를 통해 임금을 높이는 꼼수를 쓰고 있다"면서 "임금보전 성격의 불투명한 예산을 임금에 포함시켜 용처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