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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처지랑 너무 비슷…" 뭉클해진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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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처지랑 너무 비슷…" 뭉클해진 아이들

입력
2012.10.30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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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리리링"

늦은 밤 욕실에서 머리를 감던 지구(주인공)가 거품을 잔뜩 묻힌 채 거실로 나와 황급히 전화기 수화기를 들었다. "지금부터 장지구의 음성을 확인하겠습니다. 들려주는 여덟 자리 숫자를 듣고 따라 하시기 바랍니다. 육칠팔구 육칠팔구." 법원으로부터 야간외출제한명령을 받은 주인공은 ARS기계음을 따라 천천히 복창한다. 주인공의 낮은 목소리가 강당에 울리자 소란을 떨며 영화를 보는 둥 마는 둥 하던 관객들의 시선이 스크린에 쏠린다.

30일 오전 경기 의왕시 서울소년원(고봉중ㆍ고등학교) 강당에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영화 시사회가 열렸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ㆍ제작한 영화 '범죄소년'의 시사회. 범죄를 저지른 14세 이상 19세 미만의 자를 뜻하는 법률 용어이기도 한 범죄소년은 11월 말 개봉된다.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강이관 감독과 주인공을 맡은 배우 서영주 군을 비롯한 스태프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서울 소년원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넌 보살펴 줄 사람도 없으니 시설로 가는 게 좋겠다. 10호(장기소년원) 처분"이라며 차갑게 판결을 내리는 판사. 쇠창살이 달린 복도와 창문, 감독교사에게 허락을 받고 가야 하는 화장실, 5m가 넘는 콘크리트 담벼락과 펜스 등. 화면과 현실이 똑같다.

짧은 스포츠 머리에 군청색 운동복, 맨발에 슬리퍼를 신은 250여 명의 소년들은 주인공 지구와 100분 동안 감정이입을 이어갔다. 영화는 빈곤에 내몰리다 단순범죄를 반복하게 된 지구가 자신을 버리고 간 미혼모(배우 이정현)와 재회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차가운 현실을 그리고 있다.

영화가 끝난 뒤 감상평을 부탁하자 대부분의 원생들은 "(주인공이)내 처지랑 너무 비슷해서 가슴이 답답하다"는 말을 남겼다. 퇴소를 1개월 앞두고 있다는 고모(18)군은 "여기 친구들 대부분은 주인공처럼 보호자가 없거나 부모님이 대부분 맞벌이 하는 경우"라며 "(청소년들에 대한) 복지를 더 강화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 감독은 "사람들은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을 위험한 어른처럼 생각하고 배타적으로 대하지만 이들도 아이들일 뿐이다. 편견 없이 아이들을 바라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의왕=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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