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0일 수명만료를 앞두고 발전 정지된 월성원전 1호기의 고장은 인재(人災)인 것으로 드러났다. 부품 결함 등 기계적인 고장이 아닌 작업자의 단순 조작 실수라는 점에서 원전 운영의 허술함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는 지적이다.
30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39분 발생한 월성1호기(67만9,000㎾급)의 발전 중단은 운전원의 전원 차단기 조작 과실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수원의 정밀조사 결과, 당시 발전소 운전원이 차단기를 잘못 조작해 일부 기기에 전원이 공급되지 않았다. 월성원전본부 주제어실의 지시를 받고 현장을 확인하던 직원이 예를 들어 A라는 기기가 아닌, B라는 기기의 차단기 전원 스위치를 잘못 오픈하는 바람에 전력공급이 갑자기 끊긴 것. 이로 인해 발전기 고정자 냉각수계통에 이상이 생겼고 발전기를 보호하는 계전기가 작동해 결국 발전이 정지됐다고 한수원은 설명했다. 한수원 측은 "고장을 일으킨 직원을 상대로 당시 상황에 대해 조사 중인데 단순 과실로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직원이 아직 발전소 업무에 익숙하지 않은 2년 차라는 점. 그런데도 상급자와의 동행 없이 야간 시간대 혼자 발전기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 한수원의 원전 관리가 여전히 너무 허술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 발생한 고리1호기 정전사고의 원인 역시 외부 전원 보호계전기 성능시험을 하던 협력업체 직원의 단순 조작 실수였던 것으로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조사 결과 밝혀지기도 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최근 잦은 발전정지로 국민들께 불안감을 안겨드려 매우 죄송스럽다"면서 "발전 정지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월성1호기는 다음달 20일이면 30년의 설계수명이 종료돼 현재 원안위가 가동 연장(10년)을 심사 중인데, 이번 고장으로 사실상 계속 운전은 더욱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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