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총수 권한을 줄이는 쪽으로 경영구조 개혁을 추진 중이다. 오너와 지주회사의 영향력을 줄이고 각 계열사의 자율성을 높여 의사결정 체계를 수직형에서 수평형으로 혁신하겠다는 것이다.
점차 거세지는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요구에 대한 국내 재벌그룹의 첫 선제적 대응이란 점에서 재계에 적지 않은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SK그룹은 29일 서울 광장동 아카디아연수원에서 최태원 회장과 계열사 CEO 등 30여명의 그룹 수뇌부가 모두 참석한 가운데 '2012년 CEO 세미나'를 열고 이 같은 방향의 그룹 경영시스템 개편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 등 경영환경이 갈수록 불확실해지는 상황을 감안, 성장동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각 계열사의 독립 경영을 강화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SK는 지주사인 SK㈜에 권한이 집중돼 각 계열사의 독립적이고도 시장상황에 맞는 신속한 의사결정이 저해되고 있다고 판단, 지주사의 그룹총괄기능을 축소해나가기로 했다. 현재 SK㈜는 최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고 상당 업무가 최 회장을 보좌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주사의 권한축소는 계열사 일상경영에서 총수의 영향력을 줄이고 각 CEO들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그룹 관계자는 전했다.
SK는 또 장기 성장비전을 마련할 위원회를 만들어 계열사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방안도 모색키로 했다. 최 회장은 "지난 2002년부터 각 계열사의 자율과 협력을 의미하는 '따로 또 같이' 경영을 시작해 2005년 전 계열사의 흑자 전환을 달성했고 2007년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2단계 도약을 이뤄냈다"며 "이제는 보다 수평적 그룹 운영체계를 통해 3차 도약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SK은 이사회와 계열사간 협의를 통해 11월 말 이후 새로운 경영구조 혁신방안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점차 강해지고 있는 재벌개혁요구를 감안할 때 총수와 지주사의 영향력을 줄이는 SK의 경영구조개혁은 다른 그룹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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