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지방선거에서 살바도르 아옌데(1908~1973) 전 대통령의 손녀가 독재자 아우구스트 피노체트(1915~2006)를 추종하는 우파 정치인을 누르고 승리했다. 칠레에서 민주선거로 선출된 첫 사회주의자 대통령이었던 아옌데는 집권 3년 만인 1973년 당시 군 총사령관이던 피노체트가 주도한 쿠데타로 실권하고 자살했다.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아옌데 손녀 마야 페르난데즈(41)는 중도좌파 연합정당 콘세르타시온 소속으로 수도 산티아고의 뉴뇨아구 구청장 선거에 출마, 현 구청장인 집권 보수우파 국가혁신당 후보 페드로 사바트를 근소한 차로 누르고 28일 당선됐다. 사바트는 피노체트 집권기를 비롯해 18년 동안 구청장에 재직해온 인물이다.
페르난데즈의 어머니는 아옌데 서거 이후 쿠바로 추방된 그의 딸이다. 쿠바에서 성장한 페르난데즈는 귀국 후 수의사이자 뉴뇨아구 의회 의원으로 일해왔다. 그는 "내 할아버지인 아옌데에 대한 사람들의 애정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며 소감을 밝혔다.
콘세르타시온은 345개 지자체의 단체장 및 지방의회 의원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에서 지지율 43%를 기록, 37%에 그친 국가혁신당을 눌렀다. 산티아고 시장 선거에서도 콘세르타시온 후보인 카톨리나 토하가 당선됐다. 마우리시오 모랄레스 디에고포르탈레스대 교수는 "콘세르타시온의 선전은 좌파의 단결력이나 영향력보다는 세바스티안 피녜라 정부에 대한 국민적 불만에서 비롯했다"고 분석했다.
칠레 중도좌파 세력이 2008년 지방선거 패배 이후 4년 만에 재기에 성공하면서 2014년 대선 및 총선에서 재집권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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