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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거하던 주룽지 전 총리의 등장, 원자바오 총리 후임으로 리커창 대신 왕치산 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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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거하던 주룽지 전 총리의 등장, 원자바오 총리 후임으로 리커창 대신 왕치산 미나

입력
2012.10.30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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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가족이 수조원의 재산을 쌓았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원 총리의 전임자로 그동안 칩거해 온 주룽지(朱鎔基ㆍ84ㆍ사진) 전 총리가 돌연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중국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18차 당 대회ㆍ11월 8일 개막)가 다가온 데다 주 전 총리가 청백리로 존경받아 온 인사란 점에서 정치적 함의가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주 전 총리가 부인 라오안(勞安) 여사와 함께 24일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열린 2012년 칭화(靑華)대 경영관리학원 자문위원회에 참가했다고 CCTV가 30일 보도했다. 칭화대 경영관리학원 초대 원장을 지낸 주 전 총리는 이날 "칭화대 경영관리학원이 하버드나 스탠퍼드, MIT 경영대학과 같은 세계 일류 비즈니스 스쿨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리틀 주룽지'로 불리며 18차 당 대회를 통해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진입이 유력한 왕치산(王岐山) 부총리를 비롯해 류옌둥(劉延東) 국무위원과 국무원 비서장 마카이(馬凱) 등이 참석했다. 또 위안구이런(袁歸仁) 교육부 부장,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 궈수칭(郭樹淸) 증권감독위원회 주석, 천위안(陳元) 중국개발은행 회장, 러우지웨이(樓繼偉) 중투공사 회장, 창전밍(常振明) 중신집단 회장 등이 동석, 마치 주 전 총리의 인맥을 과시하는 듯 했다.

주 전 총리는 개혁ㆍ개방의 기틀을 잡고 중국의 고도 경제 성장을 이끈 주역이자 부정과 부패에 단호히 대응한 철혈재상(鐵血宰相)으로 유명한데 이는 원 총리의 최근 추문과 대비되는 면모다.

주 전 총리는 또 상하이방-태자당 연합세력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 반면 원 총리는 반대파인 공산주의청년단파와 가깝다. 왕치산 부총리도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건 당시 강경파였던 야오이린(姚依林) 전 부총리의 사위로, 태자당의 일원이다. 이에 따라 주 전 총리의 행보는 원 총리와 공청단파에게는 부담이, 왕 부총리와 상하이방-태자당 연합세력에는 힘이 될 수 있다. 공청단파인 리커창(李克强) 부총리와 태자당 소속인 왕 부총리가 차기 총리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뉴욕타임스(NYT)의 원 총리 일가 재산 보도와 관련해 "중국 지도자와 중국을 여러 방법으로 비방하려는 국제적 세력이 있다"며 "이들은 중국이 강대해지는 것을 보고 싶어 하지 않겠지만 이러한 기도는 결국 실패하고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에 서버를 둔 중문 뉴스 사이트 보쉰(博訊)은 시진핑(習近平) 부주석 일가의 재산을 보도한 블룸버그 기자와 원 총리 일가의 재산을 보도한 NYT 기자가 모두 살해 위협을 받았다고 주장, 파문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한편 미국에서 운영되는 중문 뉴스 사이트 보쉰(博訊)은 원자바오 총리가 재산 부정축재 의혹과 관련, 자신의 재산을 공개 조사할 것을 당 지도부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보쉰에 따르면 원 총리는 특별 기구를 구성, 부패 소문을 전면적이고 공개적으로 조사를 해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지도부에 보냈다. 원 총리는 중국과 외국 언론 대표들이 부패 조사 기구에 참여하도록 요구하면서 만약 조사 결과 부패 사실이 드러나면 즉각 물러나고 국법에 따라 처벌받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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