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A고등학교에 다녔던 B(16)양. 긴 머리카락에 웨이브 파마를 하고, 갈색으로 물을 들인 B양은 학칙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벌점을 받았다. 지난 1월 두발과 복장 규제를 금하는 내용의 서울학생인권조례가 공포됐지만 이 학교 학칙에는 규제 조항이 고쳐지지 않았던 것. 6월 이렇게 쌓인 벌점이 20점을 넘자 담임 교사는 B양에게 "학교생활기록부에 올라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전학을 가는 게 어떠냐"고 했다. 이 학교 1학년 C양은 "B양은 학교폭력이나 흡연 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 학생이 아니었다"며 "B양처럼 쌓인 벌점 때문에 권고전학을 간 학생만 내가 아는 게 5명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의 중·고교 88.8%가 여전히 학생인권조례가 금지한 두발제한 규정을 학칙에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서울시교육청이 서울 시내 1,292개 초ㆍ중ㆍ고교의 학칙 개정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학교 87.8%(333개교), 고등학교 89.9%(285개교)가 두발제한 규정을 두고 있었다. 초등학교는 12.2%(73개교)만이 두발제한을 정하고 있었다.
총 691개 초ㆍ중ㆍ고교가 두발을 제한한 내용을 살펴보면 대부분 학교들이 염색 등 색깔 제한(680개교)과 파마 등 모양 제한(619개교)을 했고, 길이를 제한(316개교)하는 규정도 있었다.
이밖에 화장이나 귀걸이, 피어싱 등 장신구를 하지 못하게 한 학교는 전체의 59.3%(767개교)였다. 역시 중ㆍ고교가 각각 90.2%, 88.3%로 높게 나타났다. 대부분의 중ㆍ고교(85%)는 교복 변형도 금지하고 있었다.
두발이나 복장 자율뿐만 아니라 학생인권조례에서 규정하고 있는 간접체벌 금지, 소지품 검사 금지, 휴대폰 소지와 사용 자율 등도 학칙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학교가 많았다. 운동장 돌기, 팔굽혀 펴기 등 간접체벌(교육벌)을 허용한 학교는 전체의 38.7%(500개교)였다. 36.6%(473개교) 학교는 소지품 검사를 허용했다. 등교시 휴대전화를 수거하는 학교는 25.8%(333개교)였고, 71.4%(922개교)는 소지는 허용하나 수업시간에 사용을 제한하고 있었다.
학생인권조례가 의회를 통과한 후 교육과학기술부는 대법원에 조례공포 무효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이대영 서울시교육감 권한대행은 교과부 방침에 따라 사실상 학칙에 두발 복장 제한 등을 규정하도록 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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