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정치적 폭풍'이 몰아쳤다.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을 강타하자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는 유세 일정을 중단하고 비상 대응에 들어갔다. 오바마는 재난 상황에서 국가 지도자의 면모를 부각시켰고 롬니는 민심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 부심했다. 박빙의 승부가 이어지며 단 하루의 유세 시간도 아까운 상황이지만 허리케인에 휩쓸려 당선이 날아갈 수도 있기 때문에 양 진영 모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바마는 29일 오전 플로리다주에서 열기로 한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의 공동유세를 취소하고 워싱턴으로 돌아가 비상 대책회의를 주재했다. 클린턴과의 공동유세는 롬니 쪽으로 쏠리는 백인 표심을 돌리기 위해 꺼낸 카드였다. 오바마 캠프 관계자는 "대통령으로서 재난보다 정치를 우선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위험하다"며 "유세 취소는 옳으면서도 쉬운 결정"이라고 말했다.
AP통신은 오바마가 유세는 하지 못했지만 현직 대통령과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의 차이를 말과 행동으로 또렷이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이날 비를 뚫고 백악관으로 향한 오바마는 회의 후에는 대통령 문장이 새겨진 연단에서 특별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선거는 어쨌든 다음주에 치러질 것"이라며 "지금 최우선 과제는 생명을 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슈는 잠시 접어두고 친구와 이웃을 돌봐야 한다"며 단결을 호소했다.
샌디는 오바마에게 위기를 안겨줄 수도 있다. 잘못된 대응으로 피해가 커지면 오바마 정부의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덮쳤을 때 부실대응 논란에 휩싸여 큰 타격을 입었다.
29일 아침까지만 해도 예정대로 유세를 이어가려던 롬니도 29일 저녁과 30일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롬니 측은 '분할 화면' 우려 때문에 일정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허리케인 피해 장면과 롬니의 유세 장면이 나란히 노출될 경우 롬니의 이미지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롬니 캠프 관계자는 "재난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오바마 비판 수위도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AFP통신은 롬니가 기세가 오른 선거전의 흐름을 이어가고 싶은 욕망과 허리케인 피해자의 눈에 거슬리지 않으려는 노력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전했다. 롬니는 29일 오하이오주 유세에서 "우리의 마음은 허리케인으로 위기에 처한 사람들과 함께 있다"며 적십자 모금 등에 동참하자고 호소했다. 그는 또 30일 오하이오주 케터링에서 계획했던 유세 대신 허리케인 피해자 돕기 행사를 열기로 했다.
두 후보의 유세전 복귀도 허리케인의 영향 하에 있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캠프의 일정 차질이 길어질 수도 있지만 대통령의 재난지역 방문은 많은 사람이 기대하는 전통이라고 전했다. 롬니 진영 또한 재난지역 방문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안개 판세를 반영하듯 오바마와 롬니는 지지율에서 잇따라 무승부를 기록하고 있다. 퓨리서치센터의 24~28일 조사에서 두 후보의 투표 의향층 지지율은 47%로 동률이었고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 25~28일 조사에서도 나란히 49%를 기록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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