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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2.0 시리즈/下] 중국인을 사로잡으려면

입력
2012.10.3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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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파리바게뜨 매장에 가면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육송빵’이라는 제품이 있다. 빵 위에 다진 고기를 얹은 조리빵이다. 기름진 음식과 조리된 빵을 선호하는 중국인들의 기호를 반영해 개발한 메뉴다. 이 빵은 베트남에서도 잘 팔리고 있다. 프랑스의 유명한 베이커리 브랜드 ‘폴’과 ‘포숑’이 견디지 못하고 철수한 중국에서, 우리나라 브랜드 파리바게뜨가 벌써 102개의 매장을 낸 데는 이 같은 현지화 비결이 숨어 있다.

유엔과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중산층 규모가 2030년 미국의 4배인 14억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한 적 있다. 이 넓은 내수시장을 바라보고 우리나라뿐 아니라 선진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으로 몰려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그런 기업들조차 적응에 실패하고 철수하기 일쑤일 정도로 정말 성공하기 어려운 시장이 또한 중국 내수시장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13억 인구가 빵 1개씩만 먹어도 13억개가 팔린다는 식으로 안이하게 접근해선 백전백패”라고 말했다.

중국을 공장 대신 시장으로 접근해 성공을 거둔 국내 기업들의 공통점은 철저한 사전준비와 현지화다. 몇 년 간 밑바닥부터 훑으며 준비를 하고, 중국 소비자들의 특징에 맞는 제품을 내놓는 것이다. 또한 글로벌 회사와 달리 중국인들이 잘 모르는 브랜드인 만큼, 다양한 마케팅과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도 필수적이다.

월마트 까르푸 등 글로벌 유통기업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중국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유통기업으로는 롯데쇼핑과 CJ오쇼핑을 들 수 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중국과 합작으로 진출한 베이징 1호점은 철수했지만, 단독 진출한 톈진 1호점과 2호점은 안착에 성공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중국에 올해 100개 점포를 내면서 국내 점포보다 오히려 숫자가 많아졌다. 중국인들이 요리에 기름을 많이 사용하는 특성을 반영해 점포 오픈 행사 때는 식용유 파격 할인행사를 벌이는 등 현지화에 신경 쓰고 있다.

CJ오쇼핑이 2004년 합작 설립한 동방CJ는 첫해 200억원 규모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엔 거래금액이 1조원대로 성장했다. 현지 문화를 반영해 신용카드 대신 물건을 받은 후 직접 현금으로 결제하는 방식을 도입했고, 화장품과 생활용품 등 국내 중소기업의 제품을 인기리에 판매해 국내 중소기업의 중국 진출 교두보가 되고 있다.

패션기업으로 중국 진출에 성공한 곳은 이랜드그룹이다. 이랜드는 1996년 ‘이랜드’ 브랜드로 첫 진출한 뒤 다수의 자체 브랜드는 물론 이탈리아 유명 브랜드를 대거 인수해 선보이면서 2010년 연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올해는 중국에서만 2조1,000억원의 매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이랜드그룹의 중국사업부를 맡고 있는 최종양 사장은 “부임 전 중국관련 서적 100권을 독파하고 부임 후에는 기차와 버스를 타고 6개월간 중국전역을 샅샅이 다니며 시장조사를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수립한 영업전략은 한국과는 정반대였다. 이랜드는 국내에서는 합리적 가격을 내세워 주로 가두점을 내지만, 중국에서는 백화점 입점 원칙을 고수해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성실한 납세, 이익의 10% 기부 원칙과 지역사회 후원 활동 등으로 브랜드 가치도 높였다”며 “현재 이랜드는 중국 젊은이들이 매우 선호하는 직장”이라고 설명했다.

SPC 역시 사전조사에 철저했다. 파리바게뜨의 중국 진출을 위해 1990년대 중반부터 현지에 직원들을 파견, 수년 동안 식음료ㆍ외식시장은 물론 주요 상권 분석까지 마친 후에야 2004년 난징에 점포를 내며 첫 진출을 했다. 또한 고객 초청 케이크 만들기 교실, 각종 스포츠 대회와 영화 후원 등을 통해 꾸준히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

1997년 중국에 진출한 오리온은 2009년부터 중국 매출이 국내 매출을 앞섰다. 오리온 초코파이의 중국 제품 포장에는 ‘정(情)’ 대신 ‘인(仁)’이란 글자가 쓰여 있다. 중국인들이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시하는 가치가 ‘인’이기 때문. 초코파이는 지난해 중국에서만 1,200억원어치, 약 6억개 이상 판매됐다.

2004년 중국에 첫 진출한 락앤락도 중국 매출이 지난해부터 국내 매출액을 제쳤다. 내년엔 매출액의 52%, 영업이익의 69%가 중국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락앤락 관계자는 “직접 우려 마시는 잎차를 선호하는 중국인들에 맞게 위생적인 스테인리스 거름망을 사용한 ‘락앤락 차통’을 출시하는 등 현지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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