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 박모씨는 지난 7월 모 결혼중개업체의 로얄A 상품을 550만원에 계약했다. 1년간 결혼 상대자를 만날 때까지 만남을 주선하겠다는 조건이었다. 이후 다섯 차례 만남을 가졌으나, 업체가 소개한 프로필과 전혀 다른 인물이 나오는 등 횟수 채우기에만 급급했다. 박씨는 업체의 거듭된 무성의에 화가 나 해지를 요구했으나, 세 차례 만남이 넘어가면 환급이 불가능하다는 답변뿐이었다.
결혼중개업체가 우후죽순 난립하면서 계약조건과 다른 상대를 소개하거나 환불을 거부하는 등 소비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30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올 들어 8월 말까지 접수된 피해신고는 2,017건에 달한다. 2010년 2,408건, 지난해 2,835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소비자원이 지난해 초부터 8월 말까지 접수된 결혼중개업 피해구제 339건을 분석한 결과, '계약조건과 다른 사람 소개 등 허위정보 제공'이 111건(32.8%)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환급거부 및 지연' 27.1%(92건), '과다한 위약금' 12.7%(43건) 순이었다. 가입금액은 최저 7만원에서 990만원까지 다양했으나 피해유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자녀에게 안정된 직장을 가진 배우자를 골라주려는 부모의 마음을 악용해 고액의 가입비를 받고서 기대 이하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50대 백모씨는 작년 말 VIP 회원(회비 660만원)으로 가입하면 의사, 변호사 등을 소개받을 수 있다는 결혼중개업체의 말을 믿고 딸을 가입시켰다. 하지만 이 업체가 주선한 남성들 가운데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또 대다수 업체가 결혼이 성사될 때까지 만남을 주선하겠다며 회원 가입을 유도하지만, 정작 해지할 때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소액만 돌려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원은 "환급 규정을 반드시 확인하고, 표준약관을 사용하는 업체를 선택할 것"을 당부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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