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 논란이 제기되는 문화재단의 브랜드 공연에 대해 못마땅한 입장을 밝혔다.
시가 2010년 설립된 문화재단이 만든 특정 공연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면서 이례적이어서 두 기관 간 갈등 양상으로 번질 조짐이다.
광주시는 30일 가칭 '브랜드 공연 제작 협의회' 구성에 대한 해명자료를 내고 "문화재단이 올해 제작한 '님을 위한 행진곡'은 대내외적으로 광주를 대표할만한 브랜드 공연작품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미흡하고 지역예술계와도 소통이 부족했다는 여론이다"고 밝혔다.
이어 "광주문화재단 브랜드 공연의 완성도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공연물의 개발 방향 제시, 작품 구상 및 기획, 합리적인 공연 일정 조정 등에 관한 자문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문화재단 사무처장, 시립예술단 대표, 지역 언론인, 전문가 등으로 브랜드공연 제작 협의회를 구성해 2013년부터 운영하겠다"고 덧붙였다.
시는 "공연작품 출연진도 가급적 지역출신으로 구성해 지역 예술인 육성과 자긍심 부여는 물론 브랜드 공연 작품에 지역정체성을 담아 작품의 가치 상승을 도모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여기에 "브랜드 공연 제작 협의회는 시에서 제작되는 각종 공연 작품에 대한 자문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사전 검열 기능을 수행하려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시가 브랜드 공연 제작 협의회 구성을 앞두고 해명자료를 낸 것은 나름 이유가 있다.
발단은 광주문화재단 선재규 문화관광실장이 지난 27일 페이스북에 "5·18을 예술로 승화시킨 참으로 잘 만들어진 현대무용 '님을 위한 행진곡'에 대해 행정공무원이 폭력성 운운한다면 어떻게 자유로운 창작을 할 수 있느냐"며 "지금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던 군사독재 시절이냐"고 시 문화행정을 우회적으로 비난했기 때문.
선 실장은 이어 "무고한 광주시민을 무참히 학살한 군부독재의 망령 시절이 도래한 것이냐"며 "광주에서 사전심의라는 용어가 광주에서는 통할지 모르지만 서울에서는 매도당할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한 답으로 시가 해명자료를 낸 것이다.
한편 '님을 위한 행진곡'은 광주문화재단이 2억2,500만원의 예산을 들여 만든 광주 브랜드 공연으로 최근 광주와 중국 등에서 공연됐다.
광주문화재단이 2010년 제작한 브랜드 공연 '자스민 광주'도 사실상 실패한 공연이라는 지적이 지역문화계, 시와 시의회 안팎에서 제기됐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광주문화재단이 광주시뿐만 아니라 지역문화계와 소통할 수 있도록 조직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광주문화예술계 한 인사는 "한집안이나 다름 없는 시와 문화재단이 서로 합심해도 문화수도를 만들기 힘들 텐데"라며 "사전검열, 군부독재 망령 등 용어를 써가며 서로를 비난하는 꼴이 한심하다"고 꾸짖었다.
김종구기자 so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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