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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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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

입력
2012.10.30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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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관에서 건져 올린 펄떡거리는 횟감을 보고 입맛을 다셨다가, 막상 마구 썰어놓은 차림새에 실망했다고나 할까.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는 공소시효가 지난 연쇄살인범의 고백이란 기발한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낸다. 무고한 여성 10명의 목숨을 앗아간 연곡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을 자처하는 이두석(박시후 분)이 '내가 살인범이다'라는 자서전을 내놓으며 대중 앞에 선다. 범인을 오랫동안 추적해온 형사 최형구(정재영) 반장은 공소시효가 끝나 그를 단죄할 수 없는 현실에 좌절하고, 피해자들의 유족은 그의 뻔뻔함에 분노한다. 하지만 잘생긴 외모에 회개의 눈물을 보이는 이두석은 대중의 인기를 얻고 그를 추종하는 팬클럽까지 생겨난다.

이두석의 책은 순식간 베스트셀러가 되고 200억 원이 넘는 인세를 벌어들인다. 그의 후안무치에 분노한 유족들은 한데 모여 복수를 위한 작전을 벌이고, 최 반장은 그 시도를 막기 위해 몸을 던진다.

이 영화는 액션스쿨 출신인 정병길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감독이 몸으로 체득한 액션에 대한 자신감 때문인지 강도 높은 액션이 많이 등장한다. 무섭게 질주하는 승용차 위에서 수영복에 목욕 가운만 걸치고 벌이는 격투 신 등은 제법 완성도가 높다.

하지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중반까지 지루할 틈을 주지 않고 밀어붙이던 영화는 후반부 급격한 하향곡선을 그리고 만다. 뒤로 갈수록 영화는 과잉에 빠져든다. 불필요한 액션에 너무 많은 시간이 허비되고, 느닷없는 감정에 대한 호소로 긴장감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거침없이 내달리다 막판 그 스피드를 제어하지 못해 허둥대는 느낌이랄까.

기자회견장에 나온 살인범에게 '외모가 준수하신데 피부관리는 받으시나요'라 묻는 여기자나, 선정적인 특종에 목맨 방송사의 쇼비즈니스 행태, 살인범에 흠뻑 빠진 여학생 팬클럽 등에 대한 묘사 등은 현실성이 떨어져 영화의 몰입을 방해한다.

내로라는 연기파 배우들이 펼친 주연들의 연기는 박수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영화의 잔재미를 책임져야 할 조연급들의 엉성한 연기가 영화의 수준을 낮춰버렸다.

화려한 액션을 좋아하고 B급 스타일의 거친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은 열광할 수 있겠지만, 헐거운 이음새에 실망한 관객들은 그리 좋은 입소문을 내진 않을 것 같다. 11월 8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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