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을 수사 중인 특별검사팀(이광범 특별검사)은 30일 부지 매입을 실무적으로 담당한 전 청와대 경호처 직원 김태환(56)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특검팀은 부지 매입을 주도했다고 주장해 온 김인종(67) 전 청와대 경호처장도 11월 1일 소환키로 해, 매입 책임자들에 대한 배임 혐의 적용을 적극 검토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검팀은 31일 소환을 통보했던 이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79) 다스 회장이 건강 문제를 이유로 이날 출석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와 1일 오전 10시에 소환 조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이 회장이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34)씨에게 현금으로 빌려줬다는 6억원의 자금 출처 및 전달 경위 확인을 위해 다스의 법인계좌를 추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 회장은 당초 30일 소환 통보를 받았다가 두 차례 출석을 미뤘다. 이 회장은 2008년 당시 이명박 당시 대통령 당선인의 BBK 관련 의혹 등을 수사한 정호영 특별검사팀의 조사를 앞두고도 건강 문제를 이유로 서울에 한 병원에 입원해 특검팀이 병원 방문조사를 하는 데 그친 적도 있어, 이번에도 수사를 회피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특검팀은 이날 김태환씨를 상대로 부지 매입 업무를 진행하면서 시형씨가 부담해야 할 땅값의 일부를 청와대 경호처가 떠안도록 하는 방식으로 국가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에 대해 집중 조사했다. 특히 땅값 분담 비율을 정하면서 누구의 지시를 받았는지, 어느 선까지 보고했는지 조사했다.
김씨는 앞선 검찰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지가 상승 요인 및 주변 시세를 감안해 나름의 기준으로 지분 및 땅값을 배분했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6월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김씨와 김인종 전 경호처장의 진술을 토대로 "고의로 국가에 손해를 가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서 배임죄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팀은 두 사람의 신분을 모두 피의자로 못박아 이들에 대한 사법처리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부지 매입을 주도한 두 사람에게 배임 혐의가 적용될 경우, 이익의 귀속자가 된 이 대통령 일가도 법적 책임을 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검팀은 또 3일에는 김백준(72)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소환해 땅값 지분 비율 및 대금 배분에 개입했는지, 이 대통령에 대한 보고 및 지시가 없었는지 등을 조사한다. 특검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청와대 쪽에서 받아야 하는 필요한 자료가 있다면 어떤 방법을 통해 확보해야 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시형씨의 변호인이 지난 29일 특검팀 사무실을 방문해 시형씨 재소환 및 청와대 직원 소환 자제 등을 요구한 데 대해 특검팀은 "압박감을 느끼지는 않지만 다소 불쾌할 수 있으며 부적절한 요구"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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