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설치작가 권소원씨에게 아버지는 음악으로 추억된다. 그 중에서도 아버지가 언젠가 듣던 미국 민요 '셰넌도어(Shenandoah)'의 기억이 또렷하다. 꿈결같은 멜로디와 시적인 가사가 인상적인 이 곡은 미국 중서부 미주리강을 오가던 뱃사공의 노래로 구전된다. 이를 모티프로 한 동명의 작품을 출품한 권씨의 국내 첫 개인전 '멜로(melo)'는 1년 전 임종한 아버지에게 바치는 추모곡인 셈이다. 11월 1일부터 12월 14일까지 서울 통의동 갤러리 시몬에서 이어진다.
설치작 '셰넌도어'에서는 미국 포크 가수 밥 딜런, 영국 성악가 브린 터펠, 미국 가수 해리 벨라폰테 등 9개 버전의 동명 곡이 차례로 흘러나온다. '나(I)'로 시작되는 노랫말은 벽에 걸린 네온사인에서 반짝이고 옆에 마이크를 놓아 관람객이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게 했다.
"제가 아버지의 전부는 몰라도 아버지가 아끼는 음악을 통해 일부는 알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림이 아닌 음악으로 아버지의 초상을 그려보고 싶었지요." 30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아버지가 한국 전쟁 때 미군들에게서 이 노래를 처음 듣지 않았겠냐"며 "개인적 경험에서 시작된 호기심은 역사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6살 때부터 미국에서 생활한 그는 현재 버몬트 칼리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인간의 내면과 관계에 관심 있다는 그는 아버지를 시작으로, 음악으로 그리는 초상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인들의 아이팟에 있는 노래 목록에서 작가가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곡을 골라 음악과 네온사인을 어우러지게 하는 설치작품들이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자신이 즐겨보던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드라마틱한 장면을 네온을 재료로 드로잉으로 표현한 애니메이션 영상 작업도 선보인다. 그가 주로 사용하는 매체는 네온이다. 기술자가 입김을 불어넣어 네온 그 자체에 온기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가치가 있으나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의 은유이기도 하다. (02)549-3031
이인선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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