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카지노를 돌며 1조원대 원정도박을 벌인 일당이 검찰에 적발됐다. 도박에 빠진 이들 가운데는 전 실업육상경기연맹회장과 드라마제작 PD, 유명 모델, 출판업자 등도 포함돼 있다.
수원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심재철)는 30일 공짜여행을 미끼로 해외 원정도박을 알선한 혐의(도박개장)로 오모(44)씨 등 2명을 구속기소하고 원정도박을 한 연모(57)씨 등 2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도박횟수와 액수가 적은 3명을 입건유예하고 3명을 기소 중지했다.
오씨 등 4명은 2008년 10월부터 최근까지 서울 강남지역을 무대로 30명에게 접근해 필리핀 마닐라 공항과 호텔 카지노에서 바카라 도박을 하도록 중개하고 카지노로부터 수수료 137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검찰은 이들이 수수료로 도박자들이 딴 돈의 1.25%를 받은 것으로 미뤄 1조원대 원정도박을 중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조사결과 오씨는 무료 항공편 제공과 호텔 대행예약 등 공짜여행으로 원정 도박자들을 모집한 뒤 카지노측에서 제공한 칩으로 50억원 상당의 도박자금까지 무상으로 빌려주며 고객을 유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씨 등은 조직폭력배가 포함된 국내 회수책을 동원해 도박채무를 회수했다. 이들로부터 도박자금을 빌린 30명은 주로 고급 유흥업소 여종업원들로 과거 유흥업소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오씨의 꾐에 빠져 1~3차례에 걸쳐 원정도박에 나선 것으로 밝혀졌다. 유명 모델 출신인 H씨를 비롯 전 실업육상경기연맹회장과 드라마제작 PD 등도 원정도박을 하다가 오씨 등에게 4,000만~8억원의 빚을 졌다.
검찰 관계자는 “거액의 도박 빚에 몰린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은 업소 고객인 재력가들에게 접근, 불륜을 저지르고 원정도박을 하도록 했다”며 “도박채무는 민법상 변제의무가 없지만 원정도박, 불륜도박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변제를 피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수원=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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