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농구계 내에서 소문으로 떠돌던 '심판 매수'가 사실로 드러났다. 대한농구협회에 가입된 초ㆍ중ㆍ고교와 대학, 실업 등 전국의 206개 팀 중 무려 40%(80개팀)가량이 비리에 연루된 데다, 협회 고위직까지 심판 배정권을 앞세워 돈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부산경찰청 수사2계는 국내 아마추어 농구대회에서 수년간 심판 배정, 판정 편의 청탁 등과 함께 억대의 금품을 주고받은 혐의(배임수재, 배임증재)로 대한농구협회 관계자와 소속 심판 및 일선 학교와 실업팀의 감독·코치, 학부모 등 151명을 적발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대한농구협회 부회장 진모(62)씨와 심판위원장 정모(40)씨 등 협회 간부 4명은 2008년 1월부터 올 6월까지 전국 초·중·고교 및 대학교와 실업팀의 감독·코치 등 97명으로부터 256차례에 걸쳐 차명계좌 등으로 1억9,0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또 최모(33)씨 등 협회 소속 심판 16명은 같은 기간 감독·코치들로부터 판정 편의 청탁과 함께 155차례에 걸쳐 5,7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협회 관계자와 심판들은 이같은 수법으로 300여 차례에 걸쳐 모두 약 2억5,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경찰 조사결과 부회장 진씨는 심판의 판정 불이익으로부터 팀을 보호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감독·코치들로부터 속칭 '보호비'명목으로 2,600만원을, 심판위원장 정씨는 특정 심판을 배정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농구코치 출신 브로커에게 6,100만원을 각각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부회장의 경우 대회 운영 및 선수, 심판 관리 등에 실무적 권한을 가졌으며, 심판위원장은 협회 간사와 함께 심판 배정권을 독점해 이들에게 로비가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최씨 등 심판들은 경기 전후 감독 등에게 전화해 금품상납을 요구하거나 대회 우승팀에 속칭 '축승금'(우승 축하금)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지난 2010년 열린 전국 대회에 참가한 모 시청 소속 A팀의 경우 결승전을 전후해 심판들에게 1,000만원을 제공했고, 결국 우승을 거머쥔 것으로 나타났다. 심판들은 이렇게 챙긴 돈을 조직적으로 관리하면서 회식비나 경·조사비 등에 사용했다.
경찰은 이들 가운데 협회 부회장과 심판위원장을 비롯해 금품을 건넨 감독 등 73명을 불구속입건하고, 상대적으로 금품 액수가 적은 심판이나 학부모 등 78명은 관할 교육청과 학교에 기관 통보했다.
이번 사건은 수년간 강요된 상납금을 감당하지 못한 한 학부모가 경찰에 제보하면서 실체가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번에 밝혀진 불법 금품 수수가 실제 승부 조작으로 이어졌는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한농구협회가 주관하거나 심판을 파견하는 대회는 연간 26개에 달한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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