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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영세 요양기관 난립, 서비스 질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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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영세 요양기관 난립, 서비스 질 떨어져

입력
2012.10.2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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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 A(31)씨는 따뜻한 물이 나오고 욕조도 갖춰진 아파트에 살면서 목욕차를 불러 목욕을 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수급노인들을 볼 때마다 답답함을 감출 수 없다. 요양보험급여 중 집에 욕실이 갖춰지지 않은 노인들을 위한 목욕차 목욕은 급여비가 7만1,290원으로 가장 높기 때문이다. 노인의 집 욕실에서 목욕을 시켜주는 서비스(3만9,590원)보다 두 배 가까이 수가가 높다. 이 돈을 노리고 서비스 제공기관들은 집에 욕조가 있는 노인들에게조차 목욕차를 보낸다. 본인부담금을 내지 않는 기초생활수급자들 대부분이 목욕차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노인들은 집밖에서 목욕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고 급여비용도 두 배나 지출되지만 이를 제지할 방법은 없다. A씨는 "불필요하게 목욕차를 이용하는 기관에 시정을 요구하지만 '노인들이 목욕차를 원했다'고 답하면 관련 규정이 없어 공단도 어쩔 수가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제도의 허점을 틈타 이처럼 '부정수급'으로 적발되지 않으면서도 부당하게 급여를 더 타내려는 수법들은 날로 진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재정을 축내고 서비스 질 저하를 부추기는 민간서비스 기관들의 급여 부정수급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2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제도도입 초기였던 2009년에는 349개 장기요양기관이 32억2,500만원을 부당 청구했지만, 2010년에는 2,311개 기관이 127억6,400만원을 허위로 타냈다. 당국의 단속의지를 비웃듯 지난해에도 1,201개 기관이 96억9,800만원을 허위로 청구했다. 급여 제공시간과 일수, 또는 요양보호사 숫자를 실제보다 부풀리는 수법이 가장 많다.

기관간 과당경쟁에서 촉발된 불법행위도 여전하다. 수급자의 집을 방문해 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재가(在家) 서비스기관 1만8,000여개 중 70% 이상이 민간 기관으로 대부분 영세한 규모다. 이들은 수급자를 끌어오기 위해 본인부담금을 대납해 주기까지 한다. 출혈경쟁에서 입은 손실을 벌충하려고 기관운영자들은 부정수급의 유혹에 빠지고, 정작 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보호사들은 몇 년째 최저임금 언저리의 박봉에 시달리고 있다.

이 같은 악순환이 끊어지지 않는 것은 정부가 도입 초기부터 서비스제공을 거의 전적으로 민간에 떠넘겼기 때문이다. "기관간 경쟁을 유도해 서비스 질을 높이겠다"는 취지는 빛 바랜 지 오래다. 민간과 달리 운영이 투명하고 서비스의 질도 상대적으로 높은 지자체 위탁형 재가서비스기관은 전국 110개(1.01%)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기관지정 취소권한이 있는 지자체는 "인력부족" 타령만 하며 사실상 요양기관 감독에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6일 현재 33만명 정도인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이용자를 2017년까지 50만명으로 확대하겠다는 기본계획안을 공개했다. 부정수급 업체에 대해선 2년까지 지정취소기간을 확대(현재 6개월)하고, 현재 월 130만원 정도인 요양보호사의 처우도 157만원 정도까지 높일 방침이다. 주야간 보호시설 이용률도 현재 7.6%에서 15%까지 높일 계획이다.

하지만 민간기관들의 불법ㆍ탈법 행태를 근절하지 않으면 장기요양보험의 개선은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고 현장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보장성을 점차 확대해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민간 기관에 대한 관리 감독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무작정 수급자를 늘리겠다는 것은 너무 안일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 위탁형 재가서비스기관을 늘리는 등 요양서비스 전달 인프라의 공공성 확대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석명옥 전국요양보호사협회 회장은 "현재의 장기요양보험제도는 기관-요양보호사-수급자의 보호자, 3자만 입을 맞추면 얼마든지 부정수급을 할 수 있는 구조"라며 "정부는 서비스 전달기관의 공공성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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