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전에서는 전력보다 분위기다.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극적인 역전승으로 상승세를 탄 SK가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SK는 29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 4차전에서 선발 김광현의 호투와 박재상, 최정의 연속타자 홈런을 앞세워 삼성을 4-1로 제압했다. 이로써 원정 2연패 뒤 홈 2연승을 거둔 SK는 시리즈 전적을 2승2패로 만들었다. SK와 삼성은 하루 쉰 뒤 31일 잠실구장에서 한국시리즈 5차전을 펼친다. SK는 윤희상, 삼성은 윤성환을 선발로 등판시킬 예정이다.
달라진 분위기
4차전을 앞둔 양 팀 덕아웃 분위기가 달랐다. 전날 1-6으로 끌려가던 경기를 12-8로 뒤집은 SK 선수들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SK 주장 박정권은 "우리가 3연승을 거둔 것 같다. 팀 분위기는 최고"라면서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베테랑 이호준도 "마지막 타석에서 홈런으로 감을 잡았다"고 옆에서 거들었다.
반면 삼성 선수들은 다소 사기가 꺾였다. 애써 밝은 표정을 지었지만 전날 역전패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표정이었다.
김광현의 2007년 데자뷰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2차전을 모두 승리한 팀의 우승 확률은 93.3%. 예외는 딱 한 번 있었다. 바로 2007년 SK였다. SK는 당시 홈에서 치러진 1,2차전을 두산에 내줬지만 기적 같은 4연승으로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다.
2007년 한국시리즈 4차전 선발이었던 SK 김광현은 올해도 4차전의 중책을 맡았다. 팀은 2연패 뒤 1승을 올려 2007년과 똑같은 상황이었다. 당시 김광현은 두산과의 4차전에 선발 등판해 7.1이닝 동안 1안타 무실점 9삼진을 잡아내면서 팀의 4-0 승리를 이끌었듯이 또 승리투수가 됐다.
김광현은 이날 삼성전에서도 역투를 펼쳤다. 5이닝 동안 6안타를 맞긴 했지만 뛰어난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주면서 1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최고 시속 직구 149㎞, 슬라이더 141㎞에 투구수는 89개였다. 김광현은 경기 MVP에 뽑혀 상금 100만원까지 받았다.
김광현은 1회 1사 2루에서 3번 이승엽을 좌익수 뜬공, 4번 박석민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2회에는 5번 최형우와 6번 강봉규까지 삼진으로 요리하며 3타자 연속 삼진을 잡을 만큼 구위가 뛰어났다.
김광현은 "2007년 생각이 난다. 연속 타자 홈런이 터진 뒤 좋은 생각을 하니까 좋은 결과가 나왔다"면서 "어깨 상태가 좋지 못해 3차전에 선발로 나서지 못했다. 4차전은 무조건 이기고 싶었다. 팀에 미안했는데 이겨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또 터진 연속타자 홈런
큰 경기는 역시 홈런이다.
SK는 김광현이 등판한 2007년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연속타자 홈런으로 두산의 추격을 뿌리쳤다. 1-0으로 앞선 5회 1사 후 2번 조동화와 3번 김재현이 홈런을 터뜨리며 분위기를 바꿔놨다.
이날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도 연속타자 홈런이 결정적이었다. 삼성 선발 탈보트는 0-0으로 맞선 4회말 1사까지 퍼펙트 피칭을 뽐냈다. 단 한 명의 SK 타자들에게 출루를 허용하지 않고 삼진 5개를 곁들었다.
하지만 SK는 4회말 1사에서 2번 박재상이 기선을 제압하는 한 방을 쏘아 올렸다. 풀카운트에서 탈보트의 시속 144㎞짜리 직구를 잡아당겨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기는 115m짜리 아치를 그렸다. 다음타자 3번 최정은 1볼에서 2구째 시속 136㎞ 슬라이더를 노려 쳐 왼쪽 담장을 직선으로 넘기는 105m짜리 1점 홈런을 터뜨렸다. 연속타자 홈런은 한국시리즈 7번째이자 포스트시즌 19번째 진기록이다.
탈보트는 6이닝 동안 삼진 9개를 잡아냈지만 연속타자 홈런의 악몽을 극복하지 못하고 패전 투수가 됐다.
인천=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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