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녹색성장.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지 오래다. 안전하고 깨끗하고 저렴한 에너지원 개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나 물질의 개발은 인류의 지상과제가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성능과 경제성, 안정성을 모두 만족시킬 첨단 연료전지 소재 개발에 나서 획기적인 성과를 내는 젊은 과학자가 대구에 있다. 한병찬(42) 디지스트 에너지시스템공학과 조교수. 양자물리학을 응용해 고효율 연료전지의 핵심 소재인 전극재료를 개발하는 저탄소녹색성장의 선구자로 각광받고 있다. 현재 추진중인 그의 연구가 완성된다면 강력하면서도 효율이 높고 저렴한 연료전지 개발이 가능해 전기자동차 상용화를 크게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또 13명의 노벨상수상자를 배출하는 등 세계 3대 기초과학연구소의 하나인 미국 로렌스버클리연구소와 상호협력을 위한 로렌스버클리연구협력센터장도 맡고 있다.
신물질 개발 앞당기는 양자물리학 선구자
그는 “우리나라에선 이론 차원의 양자물리학을 하는 학자는 많은데, 응용 양자물리학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외국에선 10년 전쯤부터 응용 양자물리학 연구가 활발하다”고 말했다.
양자물리학을 응용하면 신물질 개발에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신물질 개발을 위해 100개의 원소를 합성한다고 가정하면 2가지 원소로 합성하더라도 배합비율과 조건에 따라 경우의 수는 수천, 수만 가지죠. 3가지, 4가지 원소로 늘면 수천만 가지의 경우가 수가 생깁니다. 현실적으로 실험이 불가능하죠. 비용도 천문학적이고요. 더구나 머리카락 굵기의 1,000분의 1인 10-9 이하의 나노 수준에서는 실험은 물론 측정도 어렵습니다. 양자물리학을 응용하면 실험없이도 합성물질의 물성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현재 연료전지 전극물질을 개발 중인데, 수년 내에 상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번 충전으로 500km 이상 주행가능
한 교수의 연구 과제 중 가장 주목할 만한 분야는 연료전지 전극물질 개발. 연료전지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물질로 그 동안은 값비싼 백금을 전극으로 써 오고 있기 때문에 생산비가 비싸고 성능에도 한계가 있었다.
한 교수는 “이미 백금 성능의 10배 이상 능가하는 전극물질이 개발 돼 있다. 우리는 백금의 40배 이상 성능 물질 후보군을 10여 개 찾아 냈고, 2015년쯤엔 실용화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기존 연료전지는 전극물질이 생산비의 35%가량인데 신소재를 쓰면 백금의 5분의 1 가격으로 생산할 수 있어 전체 연료전지 가격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것.
가격도 가격이지만 성능 부문에서는 백금과 비교를 불허한다. “백금 연료전지를 적용한 경차의 에너지효율은 30∼40%로 내연기관의 2배 가량”이라며 “신소재를 쓰면 고출력 고효율(60% 이상)이 가능해 한번 충전으로 중대형차도 500㎞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전기자동차에 있어서 연료전지가 중요한 것은 주행거리 때문이다. 한 교수는 “단거리 출퇴근용이라면 기존 배터리로 가능하지만, 장거리는 불가능하다. 기존 배터리로 서울 부산을 왕복할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들려면 배터리값만 2만유로가 넘는다”며 “광분해기술 등 저렴한 비용으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도 한창 개발 중에 있어 2030년쯤이면 전기자동차가 상용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 교수는 이 밖에도 양자물리학을 응용한 다양한 국책연구를 수행 중이다. 사용후 핵연료 처리기술, 고효율 태양광소재 개발 등이 그것이다. 이 같은 연구 과정에서 나온 논문은 국제 화학계열 최고 논문지인 ‘저널 오브 아메리칸 케미컬 소사이어티’ 등에 발표돼 총 인용지수 200회 이상을 기록하고 있을 정도다.
정광진 기자
한병찬 교수는 경북 김천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에 입학해 수석으로 졸업했다. 동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치고 국비유학장학생으로 MIT에서 재료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MIT와 스탠포드대학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다 2011년 7월 디지스트 에너지시스템공학전공 조교수로 부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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