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현직 여검사가 검찰 내부전산망에 검찰의 자성을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29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 임은정(41ㆍ사법연수원30기) 검사는 지난 22일 검찰 내부전산망 이프로스에 '고언(검찰 개혁 논의를 바라보며)'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더 늦기 전에 우리 내부로 눈을 돌려 신뢰 상실의 원인을 찾고 해결하려는 자정능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검사는 지난 19일 대법원이 21년 만에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의 재심 결정을 내린 일부터 언급했다. 그는 재심 결정 이후 검찰의 가혹수사 이야기와 검찰을 비난하는 여론에 대해 애초에는 '에이 이건 좀'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고 했다. 하지만 사건의 사실 파악을 위해 관련 글을 찾아 읽고 인터넷 뉴스와 비교하다 '마음이 아렸다'고 했다. "대한민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사는 게 아닌가 싶을 만큼 우리 인식이 여론과 괴리돼 있었다. 우리가 불신받고 조롱받는 현실에 망연자실하게 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는 "추사 김정희 선생의 말씀처럼 칭송받는 것에 참된 무엇이 있듯 비난받는 것에 어찌 이유가 없겠는가"라며 사실상 검찰이 여론의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검찰 조직에 차관급이 너무 많다'고 한 안대희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의 발언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그는 "타 부처 공무원들이 '평검사 직급이 3급이나 되냐, 직급 인플레다'라는 취지로 비아냥거리는 것에 서글펐는데 안대희 대선배님의 말씀에 여론이 호응하는 것을 보고 더 자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제 몫을 한다고 여겼다면, 아무리 검사 직급이 높아도, 차관급 검사장 자리가 많아도 국민이 높다거나 많다고 하겠는가"라고 반문하고 "국민의 신뢰를 되찾지 못하는 한 검찰에 대한 외부의 흔들기는 더 거세질 것"이라고 썼다.
이른바 '도가니' 사건인 광주인화학교 성폭행 사건의 1심 공판검사였던 임 검사는 지난해 영화 '도가니' 개봉 후 사법기관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검찰 내부통신망에 글을 올려 "법정을 가득 채운 농아자들은 수화로 이 세상을 향해 소리없이 울부짖는다. 그 분노에, 그 절망에 터럭 하나하나가 올올이 곤두선 느낌"이라고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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