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을 서양 의과학적으로 입증해 그 우수성을 전세계에 알리고 싶습니다.”
조일제(36) 대구한의대 한의예과 교수는 서울대에서 섬유곤충생물학으로 학사와 석사를, 약물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기초의과학자다.
분자 약물학과 간세포보호 및 항섬유화 약물 연구 개발, 간 성상세포의 세포신호 및 유전자 발현 등에 관한 연구로 국제학술지(SCI/SCIE)에 25편의 논문을 발표한 실력파 중 실력파이기도 하다.
만성간질환 정복 향한 거대 프로젝트
특히 그는 대구한의대 내 ‘방제과학 글로벌 연구센터’의 책임연구원을 맡아 한의학과 한방약물이론의 객관화 및 글로벌화를 위해 매진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선도연구센터(기초의과학분야) 지원사업의 하나로 지난해 선정된 방제과학 글로벌 연구센터는 전통 한의학 이론의 객관성을 첨단 기초의과학적 연구기법을 통해서 규명하고 임상에서의 약물사용에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는 연구를 한다. 연구비만 7년에 100억 원에 달하는 거대 프로젝트다.
무엇보다 센터가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현대의학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성질환에 대해 새로운 치료전략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는 조 교수가 개인적으로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그는 지금껏 만성질환, 그 중에서도 만성 간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약물과 치료기전의 발굴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간은 약물대사에 관여하고 다른 질병에도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장기라는 점에서 간질환을 완치할 수 있는 약물을 발굴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서양의학이 아무리 발달해있다고 해도 현재 간경화의 경우 그 치료제가 아예 없는 상태다. 간이식이 유일한 치료방법으로, 진행속도를 늦출 수 있는 신약 정도만 개발돼 있다. 그는 “만성 간질환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기전을 발굴해 이를 한의학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약물을 개발하는 것이 연구자로서의 꿈”이라면서 “서양 의과학과 한의학을 결합해 만성질환에 획기적인 치료제를 개발해 한의학의 세계화와 국민보건 향상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의학과 기초의과학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후학을 양성하는 일도 그가 연구 못지않게 신경을 쓰는 부분이다.
갈 길이 멀어서 행복한 사람
한 사람의 연구자이자 또 교수의 신분이지만 그는 아직도 학생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룬 것 보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것이 더 많기에 그렇다. 이 때문에 그는 “아직은 학문을 하고 있다기보다 학문을 하셨던 분들을 따라가고 있는 상태”라며 “그 과정 속에서 흥미있고 관심있는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모습”이라고 겸손해했다. 언행일치를 생활신조로 삼고 있다는 그는 “학생들에게 본보기를 보여주는 차원에서도, 또 연구자 본인으로서도 긴 세월 성실한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학자는 연구성과로 인정받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최근에는 책임감이 점점 더 커지는 것 같다는 조 교수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더 많이 남았기에 행복하다”고 말했다. 학문을 즐기며 그 길을 겸손하게 걷고 있는 젊은 학자가 있기에 우리의 미래는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온다.
이현주 기자
조일제 교수는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에서 학사와 석사, 동대학원 약학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약학대학 종합약학연구소 연구원과 서울대 약학대학 종합약학연구소 선임연구원 및 BK21 박사 후 연수 연구원, 서울대 대사 및 염증질환 신약개발 연구센터 연구원을 거쳤다. 현재 대구한의대 한의예과 조교수로서, 대구한의대 방제과학 글로벌 연구센터의 책임연구원을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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